구속된 오현득 국기원장, 지난해 미국사무소 무단 설립

입력 2018-12-21 14:40
수정 2018-12-21 15:28
구속된 오현득 국기원장, 지난해 미국사무소 무단 설립

규정·절차 무시하고 영리법인 등록…국기원 뒤늦게 청산 절차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된 오현득 국기원장이 지난해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미국사무소를 설립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오 원장이 몇몇 직원과 무단으로 추진한 이 일을 뒤늦게 확인한 국기원은 법인 청산 작업에 들어갔다.

오 원장은 직원채용 비리,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지난해부터 경찰 수사를 받아오다가 지난 13일 구속됐다.

미국사무소 설립은 오 원장 구속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20일 비공개로 열린 국기원 임시이사회에서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기원은 오 원장이 지난해 4월 7일자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국기원 미국 현지사무소를 설립하기 위한 법인 등록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 원장과 같은 혐의로 먼저 구속된 오대영 전 사무총장이 조직 CEO를 맡기로 하고 현직 국기원 간부 몇몇이 사무총장, 재무 담당 등으로 이름을 올렸다.

해외 목적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국기원 현지사무소 설립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다가 미국의 경우 현지 태권도 단체들과 업무협약(MOU)을 했으나 이권 다툼이 생기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자 2016년 말로 협약을 일괄적으로 종료하고 국기원이 직접 사업 관리를 하겠다면서 이듬해 사무소를 설립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국기원 정관에는 주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고 필요한 경우 국내외 지역에 지원, 지부, 사무소를 둘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사무소 설립은 이사회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고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될 수 있다.

미국사무소 법인설립에 관여한 이들은 2017년도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 확정 승인에 관한 안건 등을 다룬 지난해 2월 임시이사회를 근거로 본다.

당시 사업계획에는 미국과 중국에 현지사무소를 신규 설립하겠다는 내용이 해외 조직기반 구축사업 중 하나로 들어있다.

그러나 이후 진행 상황은 물론 결과조차도 보고되지 않았다. 해외 사무소 신규설립 같은 중대한 사업이 올해 3월 임시이사회에서 통과된 2017년도 사업실적에도 빠져있다. 국기원 직원들도 대부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원장과 사무총장이 나란히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까지 오게 된 데 대해 국기원 이사회 역시 제구실을 못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현 이사진은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미국사무소의 청산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미국사무소를 영리법인으로 등록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기원은 목적사업을 위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으나 이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만 별도 법인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다.

이에 국기원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활동한 게 없어 처음 등록은 영리법인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활동을 해나가면서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법인 등록 이후 1년 8개월 동안 국기원 미국사무소가 한 일은 하나도 없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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