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없는 벤투호, 실리 축구는 성공할 수 있을까
깜짝 발탁 대신 안정 택한 벤투 감독
(울산=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많은 축구대표팀 지도자들은 자신의 '유물'을 남기길 원한다.
기존 선수들을 그대로 중용하기보다 자신의 선택과 안목을 알릴 수 있는 한 두 명의 깜짝 스타를 발탁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받고 싶어한다.
과거 대표팀을 거쳐 간 많은 지도자가 그랬다.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에선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A매치 경험이 전혀 없는 이정협(당시 상주)을 발탁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정협은 상주에서도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하는 무명 중의 무명이었다.
그러나 이정협은 아시안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을 준우승에 올려놓았고, 슈틸리케 감독은 많은 팬의 지지를 받았다.
전임 감독이었던 신태용 해설위원도 그랬다.
신 전 감독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예비명단에 A매치 경험이 없는 이승우(베로나)와 문선민(인천)의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는 러시아월드컵 최종 명단까지 승선하며 러시아 무대를 밟았다.
'깜짝 스타'들은 해당 지도자의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성패 여부에 관계없이 그들은 해당 감독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20일 발표한 2019 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은 별다른 '깜짝 스타' 없이 예상과 거의 빗나가지 않은 23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멤버들이 주축이 된 가운데, 2018 자카르타·팔렘방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 양념처럼 이름을 올렸다.
왼쪽 측면 수비수 김진수(전북)는 유일하게 벤투호에서 뛴 경험이 없지만, 이미 많은 A매치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K리그2 득점왕 나상호(광주)를 제외하면 구성원 모두가 최소 A매치 5경기 이상을 뛴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평가전과 소식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입증해 결과물을 낸 선수라면 대부분 벤투호에 승선했다.
벤투 감독은 일찌감치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0일 호주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마지막 평가전을 마친 뒤 "우리의 기준과 원칙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실험과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하겠다는 의지였다.
파격적인 선택 대신 묵직한 리더십과 실리축구로 중무장한 벤투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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