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엄마의 '마지막 작별인사'…죽어가는 아들 품에 안고 눈물(종합)
美병원서 만나…'무슬림 입국금지' 예외 인정해 입국 허용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우리 가족에게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선천성 뇌질환으로 죽음을 앞둔 두 살배기 아들을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주고 싶다는 예멘 출신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졌다.
미국에서 치료 중인 아들을 만나러 미국에 온 예멘 출신 샤이마 스윌레(21)가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병원에서 아들 압둘라 하산(2)을 만났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이 전했다.
AP와 CBS 방송에 따르면 전날 입국한 스윌레는 이날 오전 9시(서부시간) 오클랜드의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어린이병원에서 아들 하산을 만났다.
스윌레는 무릎 위에 아들을 올려 안아주면서 손을 꼭 잡았다. 스윌레는 자신의 얼굴을 아들에게 가까이 갖다 대고 흐느끼면서 마지막이 될지 모를 교감을 나눴다.
CBS는 "엄마는 죽어가는 아들에게 작별인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앞서 알리 하산은 전날 아내의 입국장에서 취재진에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하산은 "아내는 아들을 안고 입 맞춰주고 싶다면서 매일 내게 전화했다"며 목이 메어 말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아이와의 만남과 관련해선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고 가족을 대표해 요청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앞서 스윌레는 미국에서 치료 중인 아들을 만나기 위해 입국하려다 미 행정부의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에 가로막혀 불허됐지만, 여론의 문제 제기 끝에 예외를 인정받았다.
하산은 저수초형성 신경증이라는 선천성 희소병을 앓고 있으며 현재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한 채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다.
이날 만남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자는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있어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AFP에 따르면 치료에도 불구하고 가망이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아빠는 생명유지장치를 떼어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아들이 결국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BBC는 전했다.
하산 부부는 2016년 예멘에서 결혼한 뒤 이집트로 이주했다. 스윌레의 남편 알리 하산은 미국 시민권자로, 지난 8월 치료를 위해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오면서 아내도 함께 데려오려 했지만 스윌레의 입국 비자는 거부됐다.
그러나 사연을 전해 들은 미국의 무슬림 인권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가 선출직 관료들에게 1만5천 통의 이메일을 보내고 수천 건의 트윗을 올리며 이들 모자의 상황을 알렸다.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도 열어 인도적 차원의 예외를 허용해 달라고 호소한 끝에 결국 미 국무부는 스윌레에 대해 예외를 인정했고 스윌레는 19일 입국했다.
한편 스윌레 측을 자문하는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그녀가 남편과 함께 있으면서 미 시민권 취득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도록 허락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CBS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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