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락·우리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

입력 2018-12-21 06:01
[신간] 안락·우리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꽃과 제물·검은 눈 자작나무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안락 = 2018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예 은모든 작가의 세 번째 작품집.

자발적인 수명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려는 여든여덟 할머니와 할머니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를 딸 지혜의 눈으로 지켜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안락사 법안이 통과되는 즈음 할머니는 가족의 반대에도 임종 날짜를 잡고 신변 정리를 시작한다.

"다들 애 많이 썼다. 고맙다"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은 할머니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인다.

이 소설은 죽음을 두려운 존재로 남겨두기보다 직시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하려는 할머니 시도를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애틋하게 서술한다.

아르떼. 160쪽. 1만원.



▲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 스웨덴의 주목받는 시인 톰 말름퀴스트의 소설.

아내와 아버지를 잃고 난 후 갓 태어난 딸을 키우며 겪은 상실과 슬픔, 그리고 치유의 순간들을 깊이 집약해 펴냈다.

세밀한 묘사와 생생한 현실을 담은 독특한 문체로 스웨덴에서 발표되자마자 4개 문학상을 휩쓸었다.

갑작스레 남자를 덮친 불행과 슬픔, 그리고 남자가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담담히 서술하며 우리가 이러한 일을 겪었을 때 무엇을 할지 돌아보게 한다.

김승욱 옮김. 다산책방. 384쪽. 1만5천원.

▲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 시인 이정록이 5년여 만에 들고 온 두 번째 산문집.

이번 산문집에서 시인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존 키팅 선생처럼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는 스승이자 친구가 되고자 한다.

1부 '나는 가슴을 구워서 화분을 만들었습니다', 2부 '당신의 시에 뺨을 대다', 3부 '나의 시에 입술을 대다', 4부 '시에 대한 짧은 생각들', 5부 '글짓기 대표 선수', 6부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어머니의 스케치북을 본다'로 구성됐다.

시인은 말한다. 슬럼프에 빠진 시인에게 다른 시인의 좋은 시는 하늘과 같다고. 그러니 시가 안 써지는 날에는 시집 한권 들고 시내버스를 타러 가자고.

한겨레출판. 396쪽. 1만5천원.



▲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 2018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인 손홍규 산문집.

우직하면서도 치열하게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가이자 탐독가인 저자가 안으로 짊어온 물음과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 그리고 이에 대해 지금까지 찾아낸 자신만의 대답을 아름다운 문장에 담았다.

두 번째 산문집이지만 3년 전 출간한 첫 산문집 '다정한 편견'이 지면 한계로 자신의 문학 세계를 보여주기 부족했다고 여겨 이번 산문집에 무척 공을 들였다.

'제기랄, 소설은 이미 저 소가 다 써버린걸요. 세상이 들려준 이야기를 받아 적는 것만으로도 소설이 되는 비장하게 희극적인 삶을 삭제할 수 없는 나로서는 여전히, 문학은 소다.'('문학은 소다' 부분·22쪽)

교유서가. 348쪽. 1만4천500원.



▲ 꽃과 제물 = 정영현의 1968년 '여성동아' 제1회 장편 공모 당선작으로, 반세기 만에 재출간됐다.

4·19혁명의 역사적 순간들을 정면으로 재현해 보여준 장편소설로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4·19혁명이 일어난 1960년뿐 아니라 일제하 식민 시대, 6·25전쟁의 참혹상, 분단 체제의 비극 등 우리 민족이 겪은 격동의 역사가 한 가족 삼대를 정통으로 관통해 서사를 이루는 거대한 작품이다.

개인과 조국 간 갈등, 사랑과 삶의 가치에 관한 인간 존재의 근본 문제들이 넓고 큰 시각으로 다뤄진다.

특히 여성 작가의 시선으로 부활한 당대 여성들의 존재가 각별하고 반갑다.

문학과지성사. 448쪽. 1만5천원.

▲ 검은 눈 자작나무 = 등단 30년 만에 내놓는 조현석의 네 번째 시집.

10년 만에 선보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시와 생활의 경계에 선 자신의 시름을 모았다.

그의 시는 빽빽한 빌딩 숲 어느 언저리에서 '오피스 코쿤족'의 신음처럼 토해 낸 시의 육성을 통해 고독한 도시인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별을 습관처럼 견디고 견뎠으니 헛웃음 한 번으로 담담할 때 되지 않았나'('치유의 핑계' 부분· 96쪽)

조 시인은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에서 기자로 일하고 현재 도서출판 북인의 대표다.

문학수첩. 136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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