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사태' 속 중국서 또 캐나다인 구금…캐나다는 눈치만
붙잡힌 캐나다인 3명으로 늘어…"FTA 논의도 중단" 보도
극도로 말 아끼는 트뤼도 총리…"확전은 역효과 낳을 수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부회장) 체포 사태와 관련해 캐나다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해석될 수 있는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캐나다인 억류에서 제품 불매, 투자·자유무역협정 논의 중단까지 연일 캐나다를 압박하는 모양새여서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캐나다는 중국의 추가적인 강경 조치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듯 대응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우선 이번 사태 이후 중국에서 체포된 캐나다인은 3명으로 늘어났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캐나다인 세라 맥아이버가 불법 취업으로 중국의 지방 공안기관으로부터 행정처벌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는 구금됐다는 것을 뜻한다.
캐나다 CTV 뉴스에 따르면 맥아이버는 중국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었으며 비자 문제로 심문을 받고 구금됐다.
앞서 전직 외교관과 대북사업가 등 다른 캐나다인 2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 혐의로 정보기관에 각각 체포된 것과는 확실히 성질이 다르기는 하다. 그렇지만 세 번째 구금 역시 보복성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멀로니 전 주중 캐나다 대사는 3번째 체포가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는 "1명이 체포된 것만도 충분히 나쁜 일이고, 2명은 끔찍하다. 3명은 중국이 얼마나 무자비할 수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중국이 구금국가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캐나다는 멍완저우 CFO의 체포를 요구한 미국과 이에 강력히 반발하는 중국의 틈새에 끼어 마땅한 대응 수단을 찾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태우는 모습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확전이나 매우 강한 정치적 발언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한 번 더 말을 아꼈다.
그는 "테이블을 쾅쾅 치면서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결과에는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며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자제'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이번 억류는 중국의 국가안보 위반 혐의가 아니어서 앞선 2건과는 다른 형태라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저자세를 놓고 캐나다 내에서는 불평이 커지고 있다.
야당 지도자 앤드루 시어는 트뤼도 총리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붙잡힌 캐나다인을 안전하게 돌려보내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넬슨 와이즈먼 토론토대 교수는 트뤼도 총리가 나약해 보이며 그의 발언이 캐나다인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와이즈먼 교수는 "정부는 강한 발언을 하면 중국에서 구금된 캐나다인들이 나쁜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더 많은 캐나다인이 체포되고, 중국에서 사업하는 캐나다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도움이 된다면 멍 CFO 사건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캐나다와 중국의 갈등은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캐나다와 진행하던 투자 논의를 중단했다는 캐나다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의류 메이커 캐나다구스는 불매 운동 움직임에 주가가 며칠 만에 20%나 추락했으며 중국 본토에 첫 매장을 열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캐나다의 부동산과 관광 부문도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국의 갈등은 캐나다가 절실히 원하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가디언은 멍 CFO 체포 이후 중국과 캐나다간 FTA 논의가 중단됐다면서 FTA 체결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고 전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와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1월 싱가포르에서 만나 양국 FTA 체결 문제를 논의했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캐나다의 2번째 교역국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농업강국인 캐나다는 2025년까지 대중 농산물 수출을 75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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