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댓글공작 축소수사' 백낙종 2심도 실형…"국민 기만"
수사방향 안 따르는 수사관 배제하고 허위 보도자료 배포 혐의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의혹 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예비역 육군 소장)이 2심에서도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20일 백 전 본부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백 전 본부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당시 부본부장으로서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중령 권모씨에게도 1심처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백 전 본부장 등은 2013∼2014년 군 당국이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관여 의혹을 수사할 때 진상규명 업무를 총괄하며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아 부실수사·조사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국방부 수사본부는 사이버사의 조직적 선거 개입은 없었다고 결론을 내고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백 전 본부장은 사이버사 요원의 자백성 진술을 받아 낸 A수사관을 수사에서 배제하고, '조직적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군 내외의 지시나 개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만들어 발표했다.
변호인들은 A수사관의 보직 변경은 적법한 수사업무 조정·통제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A수사관에게 독립적인 수사권이 발생하지 않았던 만큼 권리행사 방해 결과가 생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직권남용이란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며 "비록 A수사관에 대한 수사배제 조치가 피고인들의 권한 내 행위로 보이긴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뤄진 일이었고 당시 보직을 변경할 다른 합리적인 사유도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보직 변경의 실질은 이미 설정돼 있던 수사본부의 수사 방향대로 결론을 내리기 위해 권한을 남용해 A수사관의 수사권 행사를 부당하게 방해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해석해야만 법이 수사관에게 부여한 수사권이 법의 취지에 맞게 적법하게 행사되고, 이에 대해 인사권을 통한 위법한 통제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허위 내용의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것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가 보호하는 건 문서에 들어있는 의사표시의 진실성에 대한 신용"이라며 "보도자료에 법적으로 중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내용의 의사표시가 서술적·단정적으로 기재돼 있다면 그런 사실관계의 진실성 역시 공공의 신용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부 기관이 법적으로 중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내용을 기재해 배포하는 경우 취재 기자와 국민은 통상 그 발표가 진실이라는 전제하에 받아들이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우리 재판부의 이런 법리 판단에 대해 다른 견해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학계 연구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형 이유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엄격한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군 조직 특성상 국방부 장관 등 상부 지시와 방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나 대선개입 여부에 관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의혹을 명확히 밝히고 엄정하게 사법처리해 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할 의무가 있었는데 그런 의무를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또 "허위의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해 국민을 기만하고 미리 정해놓은 수사 방향을 따르지 않는 수사관을 업무에서 배제해 수사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그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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