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선 선거전 중반 돌입…"조코위 재선 가능성 커"

입력 2018-12-20 13:23
인도네시아 대선 선거전 중반 돌입…"조코위 재선 가능성 커"

조코위 대통령 50%대 지지율 유지…야권 후보는 30%대 머물러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의 차기 대선 선거전이 중반에 접어들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대선은 재선을 노리는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과 야권 대선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의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약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의 판세는 조코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프라보워 총재가 조코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현지 여론조사 기관인 인도네시아서베이연구소(LSI)에 따르면 이달 5∼12일 성인 남녀 1천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2%가 조코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마룹 아민 전 울레마협의회(MUI) 의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프라보워 총재와 러닝메이트인 산디아가 우노 전 자카르타 부지사의 지지율은 30.6%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선거운동 시작 전후 이뤄졌던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프라보워 총재가 경제 전문가인 산디아가 전 부지사를 앞세워 현 정부가 경제 실정(失政)을 저질렀다고 주장해 효과를 봤지만, 잦은 설화에 휘말린 탓에 지지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국방대학 강사인 요하네스 술라이만 박사는 최근 온라인 대안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산디아가가 루피아화 가치 급락과 물가상승 등 경제 문제를 쟁점으로 부각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는 조코위의 재선 가능성을 실제로 낮출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라보워 진영은 가톨릭 계열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산디아가 전 부지사를 이슬람 기숙학교 출신이라고 소개해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10월 초에는 야권 대선 캠프에 속해 있던 여성 정치활동가 라트나 사룸파엣(69)이 성형시술로 인한 멍 자국을 조코위 지지자로 보이는 남성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흔적이라고 주장했다가 들통이 났다.

프라보워 총재는 중부 자바주 보욜랄리 지역에서 빈부격차 문제를 언급하던 중 해당 지역 주민이 가난해 보이는 외양을 갖고 있다고 말해 반발을 샀고, 산디아가 전 부지사는 지난달 종교지도자 묘지 참배 중 무덤을 밟고 지나가 비판을 받았다.



술라이만 박사는 "이런 잦은 실수는 프라보워 캠프가 계속 사과를 하며 방어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했다"면서 "실수가 계속된다면 프라보워가 승리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코위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갑작스레 악화하거나 비리 등 개인적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술라이만 박사는 전망했다.

하지만 대선 판세가 굳어졌다고 보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조코위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친서민·개혁 정책을 내세워 돌풍을 일으켰던 2014년 대선 당시와 달리 특별히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텐 주와 리아우 주 등 일부 지역에선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프라보워 총재가 강세를 보인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인도네시아 정치 전문가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무슬림 과격파의 음해를 막고 보수성향 유권자를 끌어안기 위해 영입한 부통령 후보인 마룹 전 의장의 표 동원력이 어느 수준인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립이슬람대학 교수인 안선근 박사는 "반텐 주의 경우 프라보워 총재의 텃밭이지만 마룹 전 의장의 연고지란 점이 작용해 격차가 크게 줄었다"면서 "무슬림 과격파의 시위 등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현재로선 조코위 대통령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차기 대선은 내년 4월 17일 총선과 동시에 치러지며, 약 1억8천700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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