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감면·세금인하…불붙는 인도 총선 포퓰리즘 경쟁
야당 집권州, 잇단 농가 파격지원책…집권당, 세율인하·의료지원 '맞불'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내년 4∼5월 총선을 앞둔 인도 정국이 포퓰리즘 경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재정적자 확대 우려에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국고를 동원해 표심을 얻겠다며 서로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정당은 연방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로, 지난 11일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텃밭'에서 치러진 주(州) 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농민 부채 감면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일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INC는 전날 서부 라자스탄 주의 농민에게 농가당 20만 루피(약 320만원)까지 부채를 없애주겠다고 약속했다.
INC는 앞서 마디아프라데시 주, 차티스가르 주에서도 주 의회 선거 공약에 따라 농가의 일부 부채를 대신 갚아주겠다고 선언했다.
이 3개 주는 BJP 지지 성향이 강한 곳이었지만 최근 주 의회 선거에서 INC가 승리를 거뒀다.
INC는 이곳 농민들이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기업 및 도시 중심 정책에 실망해 BJP에 등을 돌렸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인도 농민 수만 명은 지난달 말 생활고를 견딜 수 없다며 수도 뉴델리에서 대규모 시위까지 벌였다.
이에 INC는 주 의회 선거 승리를 총선 승리로 이어가기 위해 농심 공략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내놓은 셈이다.
라훌 간디 INC 총재는 한발 더 나아가 집권하게 되면 전국 규모의 농가 부채 감면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인도의 농촌은 전체 인구 13억5천만명 가운데 70%가량이 몰려 있어 각 정당으로서는 사활을 걸고 집중해야 할 '표밭'이다.
이에 BJP가 집권 중인 구자라트 주, 아삼 주에서도 농민 부채감면과 함께 농가 전기요금을 일부 면제해주겠다고 맞불을 놨다.
아울러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연방 정부는 직접적인 부채탕감은 아닐지라도 대규모 농가 복지 개선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에는 금융지원, 관개수로 등 인프라 개선, 농산물 유통망 정비 등의 방안이 담길 것으로 관측되며 역시 재원은 국고다.
모디 총리는 이와 별도로 간접세 인하 카드도 꺼내 들었다.
모디 총리는 지난 18일 28%에 달하는 디지털 카메라 등 일부 공산품의 상품서비스세(GST) 세율을 18% 이하로 낮추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별로 달랐던 부가가치세를 통합하려고 지난해 도입한 GST 덕분에 인하 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농민은 물론 소비 여력이 있는 중산층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모디 총리는 지난 8월에는 약 1억 저소득층 가구에 가구당 연간 50만 루피(약 8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세계 최대 공공 의료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재정적자만 확대되고 과실은 저소득층이 아니라 보험사에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 제도는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같은 포퓰리즘 경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농가 부채감면 공약에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한 분위기다.
농가별 부채 규모, 대출 기관 등이 천차만별이라 단순한 잣대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은 데다 자칫하면 도덕적 해이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정책 역시 돈을 빌려준 부자 농민이나 대출기관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도 국가경제정책기구인 니티 아요그는 "부채감면은 농가부담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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