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의인열전] ⑦브레이크 풀린 학원 차 맨몸 저지 진도군 공무원

입력 2018-12-28 10:05
수정 2018-12-28 13:35
[2018의인열전] ⑦브레이크 풀린 학원 차 맨몸 저지 진도군 공무원

황창연씨 "아직 몸은 불편하지만…누구라도 했을 일입니다"



(진도=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사고 이후 7개월째지만, 몸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제가 했던 행동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진도군청 황창연(51·7급) 계장은 올해 5월 경사로에 주차되었던 차량이 도로를 향해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 대형 사고를 예방한 이후의 삶을 28일 담담하게 표현했다.

지난 5월 28일 오후 6시 30분께 전남 진도군 진도읍 한 아파트 단지 입구 앞.

내리막길인 아파트 입구에서 아이들을 태운 학원 차량이 서서히 후진하기 시작하더니 왕복 2차로 도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차 안에는 학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 5∼6명이 타고 있었다.

아이들과 주위에 있던 학부모들은 깜짝 놀라 '도와주세요. 살려 달라'는 비명이 들렸다.

마침 퇴근길에 이곳을 지나가던 황 계장은 놀란 학부모의 모습을 보고 급히 차를 세웠다.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차량을 보고 깜짝 놀란 황 주무관은 "순간 저 차가 도로를 향해 돌진하면 아이들이 큰일 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황씨는 내리막길로 굴러 내려가던 차 문을 연 뒤 한발로 버티면서 중립으로 돼 있는 기어를 주차로 전환하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잡아당기는 등 온몸으로 막았다.

돌진하듯 내려오던 차량은 도로 옆 상가 앞에서 가까스로 멈춰 섰다.

차량 통행이 빈번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2차, 3차 대형 사고를 막은 것이다.

가속이 붙은 SUV 승용차에 10여m를 끌려가던 황씨는 이 과정에서 바닥으로 튕겨 나가 척추뼈 3개가 골절되는 등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인공 뼈를 박는 수술과 함께 입·퇴원을 반복한 이후 현재도 병원을 오가며 치료 중이다.

거동은 불편하지만, 요양 기간이 종료돼 10월 중순부터 진도군청으로 출근해 지방 소득세 부과 등의 업무를 보고 있다.

황 주무관은 "주변에선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데, 사고 당시 상황이 지금도 생생하다"면서 "만일 제 자식이라면 어땠겠어요. 그 상황을 본 사람은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일입니다"라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때 구조된 학생들이 건강하게 학교를 잘 다니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미소지었다.

사고 이후 황씨는 LG 의인상, 한국교통안전공단 TS 교통안전의인상, 행정안전부 참안전인상을 받았다.

황씨는 현재 보건복지부 의사상자 신청을 했으며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황씨는 "주변에 남을 도와주거나 좋은 일 하다가 다치는 분들이 종종 있다"면서 "저는 공무원이라서 좀 사정이 낫지만 몸이 불편해 제대로 생활을 못 하는 사람도 많아서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좋을 일을 하다 다친 그런 분들을 나라에서 더 신경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21년째 공직생활을 해오고 있는 황씨는 수영으로 몸을 단련해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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