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다문화 부정적 프레임 만든다"
"동화주의적 시각서 이해하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재생산"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대다수의 국내 미디어가 그리는 백인 혼혈인은 긍정적인 분위기지만 동남아시아인, 중앙아시아인, 흑인 혼혈인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으로 묘사된다.
결혼이주여성은 남편, 시댁과 갈등을 겪는 모습이 주로 노출되며 다문화 청소년은 온순하고 소극적이며 자신을 향한 차별적 언행에 저항하지 못하는 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국내 미디어가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기보다 다양성의 감각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장은미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저널 '미디어 리터러시'(8월호)에 실은 '미디어와 다문화 감수성, 불화와 공존 사이'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 관련 미디어의 문제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다문화 주체를 동화주의적 시각에서 이해한다. 결혼이주여성을 한국 여성보다 더 한국적인 부인, 며느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을 지속해 부각하는 게 대표적이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기도 한다. 다문화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집단 가운데 결혼이주여성과 한국인 남성이 결합한 다문화 가정을 안정적인 주류로 그리고, 이들을 다루는 미디어의 이야기 전개는 '고부간의 갈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부장적 가족주의가 부각된다.
문화적, 민족적 관념을 고착화하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미디어가 이주노동자를 '불법체류자', '기아를 피해 온 노예', '부정한 존재' 등으로 재현하는 부정적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장 연구원은 미디어가 난민,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형성하고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판단 기준을 형성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다양성과 차이가 공존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올바른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별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돕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 점점 가시화되는 반(反)다문화주의에 직면해 이주민이 진정 '관용의 대상'으로 재현됐는지 성찰하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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