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들 만류에도 트럼프 '철수 강행'…우군과도 사전상의 없었다

입력 2018-12-20 10:45
수정 2018-12-20 16:33
참모들 만류에도 트럼프 '철수 강행'…우군과도 사전상의 없었다

중동개입 못마땅하던 트럼프, 터키 군사행동 예고 기회 삼아 결정 가능성

각종 의혹에 '시선 분산용' 관측도…NYT "트럼프, 30일 내 철수 지시"

미군 철수로 잔당 수준 IS 부활 우려…시리아 내 러·이란 세력 강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참모들의 계속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내걸어온 공약이기는 하지만 시리아에서 함께 작전을 펼쳐온 쿠르드 민병대에게도 당일 통보될 정도로 철수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져 배경이 주목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이 내려지기 전 며칠 동안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들이 전면 철수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거듭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중대한 국가안보정책의 변화로 인해 러시아와 이란의 시리아 내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고 시리아에서 미국을 도왔던 쿠르드 민병대의 손을 놔버리면 아프가니스탄이나 예멘, 소말리아 등지에서도 민병대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게 이유였다.

게다가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에서 힘을 잃었다고는 해도 완전히 격퇴됐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매티스 장관 말고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까지 나서 "미군 철수는 중동 지역에서의 후퇴나 마찬가지고 (이란과 러시아 같은) 적국에 영향력을 키울 기회만 주는 것"이라고 뜯어말렸지만 소용없었다고 CNN은 전했다. 그동안 미군에 협조해온 쿠르드 민병대 측에도 철수 결정이 발표 당일 오전에야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쿠르드 민병대는 이에 따라 미군 철수에 따른 대응책 논의를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중동 국가들도 별다른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지역 두 국가의 외교소식통은 미군 철수와 관련한 사전 상의도, 통보도 없어 크게 놀랐다고 CNN에 말했다.

트럼프 "IS에 맞서 이겼다"…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선언/ 연합뉴스 (Yonhapnews)



트럼프 대통령의 철수 결정이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진 터라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NYT는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를 상대로 군사행동에 곧 나서겠다고 경고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 세력 확산을 경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뜯어말리는 참모들에게 터키의 공격이 시리아 내 미군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미군의 해외 임무에 돈이 많이 들고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국제적 분쟁에의 개입을 꺼려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고를 미군 철수의 호기(好機)로 여겼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군인의 배우자나 부모에게 전화를 걸고 편지를 쓸 때 매우 슬퍼진다.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고 우리는 그들을 소중히 여기지만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라며 "지금 우리는 이겼다. (군인들이) 돌아올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NYT는 대선 공약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에도 시리아 작전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국방부의 입장에 마지못해 동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4월 14일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가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으로 공습을 단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특검 수사를 비롯해 동시다발적 의혹 제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선분산용'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전격 결정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과의 성관계를 주장하는 여성들에게 '입막음용' 합의금이 지급되는 데 관여한 혐의 등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국내적 위기 돌파를 위해 대선 공약이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미군 철수 결정으로 시리아에서 잔당 수준으로 세력이 약화한 IS가 다시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미국안보센터의 니컬러스 헤라스는 "IS가 전장에서 격퇴되기도 전에 이뤄진 이번 철수 결정은 올 연말 IS의 대규모 재기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 등의 우려대로 미군이 빠지면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해왔던 러시아와 이란이 세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발표는 철수 기간이나 규모, 공습 지속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혼란도 일고 있다.

상당수 외신이 미군 철수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운데 NYT는 당국자들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내의 철수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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