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회 "표준감사시간 6개 그룹별 산정…시간 50% 늘어"(종합)
비상장 중소기업은 시행 유예 논의…기업 이익 단체 "감사보수 상승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외부감사 대상 기업에 대해 도입되는 표준감사시간을 기업 규모 등에 따라 6개 그룹으로 나눠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개정에 따른 표준감사시간 제정안 초안 내용을 20일 발표했다.
외부감사법에 따른 회계에 대해 적용되는 표준감사시간은 감사 품질을 높이고자 일정한 감사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로, 지난달부터 시행된 개정 외부감사법에 근거 규정이 포함됐다.
초안은 상장여부, 회사규모, 사업 복잡성, 감사위원회를 비롯한 지배기구 역할 수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인 특성 등을 고려해 외부감사 대상 회사를 6개 그룹으로 나눠 표준감사시간을 산정하는 방안을 담았다.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 개별기준 2조원 이상 및 연결기준 5조원 이상 상장사(그룹Ⅰ) ▲ 상장사 중 그룹Ⅰ과 코넥스를 제외한 일반 상장사(그룹Ⅱ) ▲ 1천억원 이상 비상장사 및 코넥스 상장사(그룹Ⅲ) ▲ 500억원∼1천억원 비상장사(그룹Ⅳ) ▲ 200∼500억원 비상장사(그룹Ⅴ) ▲ 200억원 미만 비상장사(그룹Ⅵ)로 구분한다.
내년 1월 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 재무제표 감사부터 이런 내용의 표준감사시간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회계사회는 기업 수용도와 중소·중견법인의 준비 기간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표준감사시간 시행 시기 유예와 단계적 적용 방안도 제시했다.
중소형 비상장사 그룹인 그룹Ⅳ∼Ⅵ은 시행 시기를 1∼3년 유예하고, 그룹Ⅱ 중 코스닥 상장사와 그룹Ⅲ에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비상장 중소 규모 기업 등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허용해 제도의 연착륙을 모색하려는 취지다.
회계사회는 "그룹별로 차이는 있지만 표준감사시간 도입으로 감사 시간이 현재보다 대략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와 감사인이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조정신청을 하면 회계사회 표준감사시간위원회가 개별 감사상황을 고려해 표준감사시간을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또 3년마다 감사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표준감사시간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이를 반영하고 결과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표준감사시간은 선진국보다 현저히 적은 감사시간으로 감사 품질이 저하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회계사회는 설명했다.
그동안 자유수임제에 의해 감사인 독립성이 훼손되고 감사인이 충분한 감사시간을 투입하지 못한 점이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대규모 분식회계 문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회계사회는 다음 달 11일 오후 3시 회계사회 5층에서 표준감사시간 제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4개 경제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 "비현실적 인 표준감사시간을 만들어 무리한 감사보수 상승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과도한 표준감사시간 설정으로 기업 부담이 심화할 수 있다"며 "회계품질 제고를 위한 감사투입시간 증가의 당위성을 역설하나 표준감사시간을 최대 수준으로 설정해 감사보수를 극대화겠다는 이기적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표준감사시간이 정확히 산정됐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시범적용 기간을 포함한 2∼3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이들 단체는 "그동안 4개 경제단체는 표준감사심의위원회에 참가해왔으나 회계사회가 경제계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공청회 일정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ric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