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만졌나?" 보일러 연통 '지문 감식'…경찰, 수사력 집중(종합)

입력 2018-12-20 09:28
수정 2018-12-20 14:42
"누가 왜 만졌나?" 보일러 연통 '지문 감식'…경찰, 수사력 집중(종합)

비어 있던 열흘간 무슨 일이…사고 난 객실 열흘 전에도 단체 투숙

설치·점검·안전 관리 주체와 과실 여부 광범위 탐문 수사



(강릉=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 참사 사흘째인 20일 경찰은 '보일러 배기관(연통)이 언제·왜 어긋났고, 인위적으로 누군가가 만졌는지'를 밝히는 데 모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한 핵심 열쇠이자 과실 책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 수사본부는 사망 학생 3명의 사인을 어긋난 보일러 본체와 배기관 사이로 누출된 배기가스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 때문에 펜션의 배기관이 언제, 왜 어긋났으며, 이를 제때 점검하지 못한 안전 관리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밝히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경찰은 보일러 본체와 배기관이 어긋난 시점, 즉 '연통 접촉 불량'이 2014년 보일러 설치 때부터인지, 지난 7월 게스트 하우스에서 펜션으로 변경된 시기인지, 장시간에 걸쳐 벌어진 것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또 배기관의 규격은 적합했는지, 보일러 점검 주체는 누구인지 등도 조사 대상이다.

특히 보일러 설치나 구조 변경 과정에서 배기관의 인위적 절단 여부, 배기관과 보일러 본체 이음매에 내연 실리콘으로 마감되지 않은 점 등 부실시공 부분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어긋나 벌어진 보일러 배기관 틈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배기가스가 누출, 학생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고 7명에게는 치명상을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은 펜션 업주는 물론 해당 보일러 설치 업체, LP가스 공급업체 등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 현장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은 지난 19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보일러를 떼어 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여기다 사고 학생들이 묵은 201호 객실의 과거 투숙객을 대상으로 투숙 당시 보일러 이상 여부도 파악 중이다.

경찰은 10여일 전인 이달 초 해당 객실에 내국인과 외국인 단체 투숙객이 순차적으로 묵었다는 펜션 업주의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확인하고 있다.

또 해당 객실에 지난 17일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이 투숙하기 전 열흘간 비어 있었던 점을 확인하고 이 사이에 어떤 작업이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사고가 난 펜션 객실의 보일러 연통이 언제부터, 왜 어긋나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누군가 연통 부분을 접촉했는지를 확인하고자 연통 부분의 지문 감식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지문 감식에서 의미가 있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은 상태지만 계속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릉고려병원과 강릉아산병원에 안치돼 있던 학생 3명의 시신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이들의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에는 비통한 분위기 속에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숨진 학생들이 재학 중이던 대성고의 일부 교사도 유족과 함께 빈소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 중인 부상 학생 7명의 상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