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첩보목록' 항목마다 조목조목 반박…의혹 해소될까
반부패비서관 첫 브리핑서 '울컥'…비트코인 의혹 집중 해명하며 진화시도
"'지라시'성 보고도 있어" 항변…일부 항목엔 '업무범위 맞나' 의문 남아
'기억에만 의존' 한계도…민감한 내용 반출 경위도 석연찮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청와대는 19일 특별감찰반에서 일하다 검찰로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첩보파일 목록 사진이 공개되자, 항목마다 적극 해명에 나서며 논란 진화에 힘을 쏟았다.
일부는 김 수사관이 개인적으로 만든 것인 데다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보고가 된 사안도 있으나 적법한 업무 범위에 해당, 문제삼을 것이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일부 항목에서는 청와대의 업무 범위가 맞는지 명쾌하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와 '민간 사찰이 이뤄졌다'는 야권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자유한국당이 의원총회에서 첩보파일 목록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자,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바로 브리핑을 자청했다.
반부패비서관이 취재진 앞에서 공개 브리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장이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 비서관은 브리핑 도중 울컥하면서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이기도 했고, 취재진이 'O, X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하겠다'고 하자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부적절한 정보 수집 의심사례'로 지목한 첩보 목록을 중심으로 40여분간 상세한 설명을 내놨다.
'고삼석 방통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 파일과 관련, 두 사람의 갈등을 알아보는 것이 특감반의 업무에 해당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자, 박 비서관은 "인사권자가 언론을 보고 갈등을 파악할 수는 없다. 부처 간 갈등이 있다면 사실을 파악해야 확인해야 하며, 이는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2항에도 규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건 전 총리 장남 비트코인 관련 활동' 파일에 대한 설명이 가장 길게 이어졌다.
박 비서관은 "비트코인 업계 과열에 대한 정책보고서 작성을 위해 수집한 로(raw) 데이터이며, 감찰 첩보가 아니다"라며 "다만 이 정보는 방향이 맞지 않아 보고서에는 반영이 되지 않았다. 반영할 만한 가치 있는 내용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참여정부 인사 관련자들의 비트코인 투자 정보를 왜 청와대가 수집하나'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박 비서관은 "투자정보를 가져오라고 한 적이 없으며, 누가 어떻게 투자하고 얼마나 가졌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가상화폐 보고서를 쓰라고 해도 똑같이 하겠다"며 "이건 사찰이 아니며 문재인정부에서 사찰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비서관은 다만 이런 로데이터에 대해 "쌓아놓고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폐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언론사의 취재사항과 관련된 2건의 파일에 대해서는 "이 시기 김 수사관의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어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며, 특감반장이 언론사찰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폐기했다고 전했다.
이에 '다른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추정 아니냐'는 의문이 나왔지만, 박 비서관은 "'지라시'성 보고한 것을 봤을 때 딴생각을 했다고 개인적으로 추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박 비서관이 상세한 설명을 내놓긴 했으나,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방통위원과 국토부 장관의 갈등설에 청와대는 '적정한 업무 범위'라고 했지만, 과연 공직사회의 비위 관련 정보를 비밀스럽게 다루는 감찰반이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청와대 설명이 기록보다는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김 수사관이 '비트코인 관련 정보를 가져오면 1계급 특진을 시키겠다'는 조 수석의 말을 회식 자리에서 박 비서관에게 전해 들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 사례 중 하나다.
박 비서관은 "조 수석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도 "반부패비서관실은 화합이 잘돼 볼링도 치고, 배드민턴도 치고, 소주도 마시러 간다. 회식 자리에서 김 수사관이 앞에 앉아있길래 '으싸으싸' 하며 잘하자고 했다"고 떠올렸다.
박 비서관은 이어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좋은 정책을 수립하자고 한 것을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김 수사관이 이런 기밀 정보를 반출하고 폭로전을 지속하는 사유도 석연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박 비서관은 '김 수사관이 본인에 대한 징계에 불만을 품고 청와대를 겁박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는 "김 수사관이 감찰을 받으며 자신이 다른 직원들과 골프 한 것을 얘기할 때에는 문제를 묻어달라고 겁박을 한다고 느꼈으나, 그 이후에는 이런 것을 갖고 협박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캐비닛에 남기고 간 문건을 문재인정부가 공개한 것과 자신의 행동이 뭐가 다르냐는 항변도 한다'는 물음에는 "그 부분은 여러분이 너무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 답변을 안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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