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소득 70% 빚 갚는 데 쓴다…비은행·신용대출 많아"

입력 2018-12-20 11:00
"취약차주 소득 70% 빚 갚는 데 쓴다…비은행·신용대출 많아"

한은 보고서…차주 8.4%는 연 소득 < 원리금 상환액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취약차주'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융부채 보유 차주만을 대상으로 보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2012년 말 34.2%에서 올해 2분기 말 38.8%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2012년 말 이후 DSR이 4.6%포인트 상승했는데, 고신용·고소득 차주 기여도가 5.3%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고소득·고신용자 위주로 DSR이 상승했다는 뜻이다.



취약차주로 한정해보면 이들의 DSR은 2분기 말 67.6%였다. 전체 차주 평균(38.8%)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높다.

취약차주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았다. 금리 상승기 채무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취약차주의 신용대출 비중은 43.0%로 비취약차주(23.5%)보다 19.5%포인트, 취약차주의 비은행 대출 비중은 65.5%로 역시 비취약차주(41.5%포인트)보다 24.0%포인트 각각 높았다.

DSR이 100%를 넘는 차주는 전체 차주 기준으로 8.4%에 달했다.

DSR이 100%를 넘으면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을 상회한다는 의미다.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구들이다.

DSR 100% 초과 가구를 뜯어보면 고신용(52.9%), 고소득(37.3%) 차주 비중이 높았다.

다만 저소득자의 32.3%, 60대 이상의 20.1%도 DSR이 100%를 넘었다. 이는 전체 차주 가운데 저소득자(19.6%)·60대 이상 비중(16.5%)보다 높은 수준이다.

DSR 100% 초과 가구 중 취약차주 비중은 18.4%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2015년 16.5%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차주의 자산 정보를 간접적으로 추정한 결과 DSR 100% 초과 가구 중 총자산이 금융부채를 상회하는 가구는 93.4%에 달했다. 대부분 차주가 자산을 처분하면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다는 뜻으로, 부채의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유동성 측면에서는 채무상환 능력은 다소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DSR 100% 초과 가구의 58.3%가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를 많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차입을 통해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을 사들인 탓에 빚 갚을 때 용이한 금융자산은 덜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DSR은 높은 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DSR은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12.4%다. BIS 통계는 부채를 보유하지 않은 가구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금융부채 보유 가구만을 대상으로 산출한 DSR보다 낮다.

BIS 기준 한국의 DSR은 17개 주요 회원국 가운데 6위에 해당한다.

2008년 이후 상당수 국가에서 DSR이 하락했지만 한국은 0.9%포인트 상승하면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 소득, 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DSR이 높은 차주의 채무상환 리스크는 크지 않은 상태지만 소득여건 악화, 대출 금리 상승,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채무상환 어려움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올해 10월 도입된 DSR 규제를 차질 없이 시행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가계소득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실물자산을 활용한 채무상환이 용이해지도록 자산 유동화 시장 활성화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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