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거리로 나선 시간강사들…보완책 마련해야

입력 2018-12-19 16:20
[연합시론] 거리로 나선 시간강사들…보완책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부산대학교 시간강사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고등교육법(강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처음으로 시간강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대학 측에 대형강좌와 사이버강좌를 최소화하고, 졸업학점을 축소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을 단체협약서에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대학 측이 거부하자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 경상대, 영남대, 조선대, 경북대 등에서도 시간강사들이 대학 측과 근무조건 등에 관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단체교섭이 결렬될 경우 파업이 확산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사태는 강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될 때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내년 8월 강사법이 시행되면 대학은 시간강사에게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주고, 임용 기간은 1년 이상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강사법은 시간강사들의 불안한 신분을 보장하고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나 결과는 역설적으로 시간강사를 대거 해고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작용이 생겨난 것은 대학이 감당해야 할 추가적인 재정 부담 때문이다. 여러 대학이 시간강사를 줄이고,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강의를 대형화하거나 사이버 강의를 늘리며 전임교수들의 수업시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년 계약의 초빙·겸임교수에게 강의를 맡기거나, 졸업학점 수를 줄여 강의 자체를 축소하려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2010년 한 시간강사가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버린 이후 이번에 강사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수차례 시행이 유예된 것도 결국 재정압박이 크기 때문이었다. 오늘날과 같은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법안만 통과시키고 대학의 재원 부담 경감 대책은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국회는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 288억원을 통과시켰지만, 대학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수년째 대학등록금이 동결되고 저출산 현상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대학 구조조정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형편이 좋지 않은 대학에서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비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여건이 나은 대학까지도 시간강사들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와 대학이 앞으로 비용문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전국 대학에는 약 7만명의 시간강사가 강의하고 있다. 시간강사는 저임금과 힘든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대학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부 전임교수에게 강의를 몰아줄 경우 학생들은 다양한 견해에 접할 수가 없다. 대형강의나 사이버 강의에도 장점이 있겠지만 편중될 경우 강의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있는 시간강사들도 해고되는 판에 갓 학위를 받은 신진 소장 학자들은 대학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젊은 시간강사들은 학문의 후속세대를 의미한다. 새로운 학문이 수혈되지 않는다면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은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가게 된다. 이들이 안정되게 강의하고 학문을 연구할 수 있어야 학문이 발달하고 대학사회가 활성화된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는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