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국회 특경비 지출 증빙 없이 사용…'제2의 특활비'"

입력 2018-12-19 15:33
시민단체 "국회 특경비 지출 증빙 없이 사용…'제2의 특활비'"

세금도둑잡아라 등 국회 특경비 집행내용 일부 공개

입법·정책개발 등 명목 집행…99% 증빙 없어 지침 위반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20대 국회의원들이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증빙 없이 쌈짓돈처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와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19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국회의 특경비 및 특수활동비(특활비) 집행내용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이달 14일 국회 사무처로부터 받은 자료다. 특히 국회 특경비 집행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 대표가 공개한 특경비 집행내용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 입법 활동 지원 ▲ 입법 및 정책개발 ▲ 위원회 활동 지원 ▲ 예비금 등 특경비 4개 세부사업 분야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입법 및 정책 개발비 명목으로 국회의원 300명에게 매달 15만원씩 총 5억4천여만원의 특경비가 '균등 인센티브'로 지급됐다. 이밖에도 입법 활동 지원(3억8천여만원), 위원회 활동 지원(13억2천여만원), 예비금(5억2천여만원) 명목 등으로 총 27억8천여만원이 지급됐다.

문제는 이 같은 특경비 집행이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됐으며 지출 증빙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의하면 특경비는 "각 기관의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 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를 뜻한다.

지침상 특정업무경비는 업무추진비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고, 지급 소요가 발생하기 전 미리 지급해서는 안 되며, 정부구매카드 사용이 원칙이고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현금으로 지급해서는 안 된다.

하 대표는 "특경비를 마치 특수활동비처럼 현금으로 빼가서 누가 어떻게 썼는지 알 수도 없게 돼 있었다"며 "이는 심각한 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월정액 지급되는 경우를 제외한 18억7천여만원 가운데 영수증 등 지출 증빙이 첨부된 지출액은 2천473만원에 불과했다.

하 대표는 "98.7%의 지출액에 대해 증빙이 없었다"며 "특경비는 원칙적으로 영수증 등 증빙을 붙이도록 기재부의 지침에 나와 있는데 이를 철저하게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특경비 집행내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2016년 국회의 특경비는 총 180억원에 달한다. 국회 예산 집행 난맥상의 전모를 파악하려면 전체 집행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특활비의 문제도 여전했다. 하 대표가 공개한 2016년 6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특활비 지출분에 따르면 특수활동비 집행 건수는 962건, 총 집행액은 52억9천여만원에 달했다.

이 기간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수령한 국회의원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총 2억6천여만원을 수령했다. 이어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1억8천여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각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도 매월 6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 대표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수령자로 표시되지 않으나, 새누리당 원내행정실 관계자(1억1천여만원),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 관계자(9천200여만원) 등이 특수활동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돈이 원내대표 등에게 건네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특활비는 개별 업무 특성에 따라 집행하되 다른 예산과 달리 집행 때 영수증을 생략할 수 있어 그동안 '눈먼 돈', '쌈짓돈', '제2의 월급'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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