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재판, 증인 진술 공유 문제로 진행 지연

입력 2018-12-19 09:39
김정남 암살 재판, 증인 진술 공유 문제로 진행 지연

변호인측 "원활한 변호 어렵다"…검찰측 증인 진술 제공 요구 기각에 항고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동남아 여성들의 재판이 당분간 지연될 전망이다.

19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전날 검찰 측 증인 7명의 경찰 진술 내용을 제공해 달라는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인 시티 아이샤(26·여)의 요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증인들이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 등이 미리 공개될 경우 이들과 접촉해 진술 내용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각 결정을 내렸다.

증인 중에는 김정남이 살해되기 전 타고 다녔던 차량의 운전사와 시티의 직장 동료 등이 포함돼 있다.

시티의 변호인은 증인 7명 중 5명의 종적이 묘연한 상황인 만큼 이대로는 원활한 변호가 불가능하다면서 재판부의 결정에 즉각 항고했다.

시티는 당초 내달 7일부터 변론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항고 절차가 끝날 때까지 일정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시티와 함께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0·여)의 재판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시티 측의 항고 절차가 끝날 때까지 흐엉의 변론을 연기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티와 흐엉은 작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8월 두 사람과 북한인 용의자들 간에 김정남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기 위한 "잘 짜인 음모"가 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며 자기 변론을 명령했다.

시티와 흐엉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리재남(58), 리지현(34), 홍송학(35), 오종길(56)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의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유죄가 인정되면 피고인들은 교수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사형제 폐지 방침을 세우고, 관련법이 정비될 때까지 사형집행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