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외교 "보우소나루, 남미공동시장 경시해선 안 돼"
메르코수르 정상회의 참석한 테메르 대통령 '다자주의' 지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새 정부가 다자협상보다는 양자협상을 선호하면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경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알로이지우 누네스 브라질 외교장관은 전날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메르코루스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 브라질 새 정부가 메르코수르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누네스 장관은 "메르코수르는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과 같다"면서 "새 정부가 메르코수르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새 정부의 파울루 게지스 경제장관 내정자가 "메르코수르를 우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올해 말 퇴임을 앞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도 "브라질에는 다자주의가 더 바람직하다"면서 "정치적·경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메르코수르는 지난 수년간 많은 진전을 이뤘으며 자유무역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소명에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이날 몬테비데오에서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와 타바레 바스케스 우루과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만찬에 참석하고 나서 귀국할 예정이다.
한편,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내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메르코수르 운영방식 개선을 포함한 개혁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메르코수르의 경직된 운영방식을 쇄신해야 한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회원국이 양자 협상을 통해 활발하게 자유무역협상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이에 공감하고 있어 메르코수르의 변화가 이른 시일 내에 가시화할 수도 있다.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은 블록 창설 30년이 가까워지는 현재까지 의미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못했다. 개별 무역협상을 금지하는 블록의 규정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메르코수르의 변화가 당장 내년부터 나타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차례로 메르코수르의 6개월 단위 순번 의장을 맡기 때문이다.
국제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메르코수르의 변화가 블록의 위상과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르코수르를 단순히 경제블록으로만 봐서는 안 되고,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도모한다는 정치·외교적 의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출범한 관세동맹으로 2012년 베네수엘라가 추가로 가입했지만, 대외 무역협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현재 볼리비아가 가입 절차를 밟고 있고 칠레·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가이아나·수리남은 준회원국이다.
메르코수르 면적은 1천280만㎢, 인구는 2억8천900만 명,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2조8천300억 달러다. 브라질이 면적의 66%, 인구의 70%, GDP의 6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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