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된 이탈리아 성탄 학예회…학부모 난투극으로 '난장판'

입력 2018-12-18 21:27
악몽이 된 이탈리아 성탄 학예회…학부모 난투극으로 '난장판'

"좋은 자리 맡으려" 주먹다짐…놀란 아이들 '울음바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학예회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두 학부모의 난투극으로 중단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18일(현지시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칠리아 섬의 남부 해안에 위치한 도시 젤라의 한 초등학교에서 17일 오전 열린 성탄 학예회는 시작한 지 몇 분 만에 두 어머니의 다툼으로 난장판이 됐다.





이 두 여성은 무대에 올라 성탄의 기쁨과 평화를 노래하는 어린 자녀들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담기에 좋은 맨 앞자리를 서로 차지하려다가 시비가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에 말로 티격태격하던 이들의 싸움은 서로의 뺨을 때리고, 주먹다짐을 하는 육탄전으로 번졌고, 두 여성의 남편까지 다툼에 가세하며 학예회가 열린 강당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천사와 어린양의 복장을 한 채 무대 위에서 이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본 저학년 아이들은 공포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

동심을 망가뜨린 이들 학부모의 몰지각한 행태에 화가 난 다른 부모들이 무대에 올라 아이들을 데려가는 와중에 한 아이가 밀려 넘어지기도 했다.



소동은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간신히 진정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경찰은 폭력 행위에 연루된 학부모들을 파악해 이들에게 합당한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라 레푸블리카는 "어린 학생들이 어깨에 날개를 단 채 우애를 노래했지만, 성탄절의 기운이 (물의를 빚은) 두 학부모에게는 도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학교의 교장은 이 신문에 "이런 종류의 행동은 우리 학교가 해온 교육을 망가뜨리는 행위"라고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뜻하지 않은 난투극으로 학예회가 중단되자 교사들은 학생들을 교실로 데려가면서 "오늘 일은 분명 아름다운 본보기가 아니지만, 다른 학부모 1천100명은 그릇된 행동을 하지 않은 점을 주목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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