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치시절 '아동운송' 피해자 보상 합의
생존자 1천 명에 2천500유로씩 일시금 지급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독일 정부가 나치 집권 시절의 박해를 피해 독일 등지에서 영국으로 위탁됐던 유대인 어린이 등 1만여 명 가운데 지금까지 생존한 1천여 명에게 한 사람당 2천500유로(약 320만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고 AFP통신 등이 18일 보도했다.
1938년 11월 9일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나치 대원들은 수만 개의 유대인 상점을 약탈하고 250여 곳의 유대교 사원(시너고그)에 방화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크리스탈나흐트(Kristallnacht, 수정의 밤)로 불리는 이 사건은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 출신 유대인들을 무조건 추방하라는 나치당의 지령에 따른 것이었다.
크리스탈나흐트를 계기로 나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독일, 오스트리아, 옛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지역의 유대인 어린이를 영국으로 탈출시키는 일이 영국 거주 유대인 중심으로 추진됐는데, 이것이 '킨더트랜스포트'(Kindertransport, 아동운송) 작전이다.
당시 유럽 대륙의 유대인 부모들은 나치의 만행으로부터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탈출로를 찾았고, 급기야 영국 정부는 나치 독일과 나치 점령지에 거주하는 17세 미만의 유대인 어린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이다.
이 작전에 의한 독일 등지의 유대인 어린이 첫 번째 일행 196명은 1938년 12월 2일 잉글랜드 남동부 항구도시인 하리치에 도착했다.
그러나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독일에서의 구출 작전은 중단됐다. 네덜란드에서 출발하는 킨더트랜스포트 열차는 몇 개월 더 운영됐지만 네덜란드가 나치에 점령당하면서 1940년 5월 이마저도 중단됐다.
이 기간에 부모 품을 떠나 영국의 가정집에 위탁된 유대인 어린이는 약 1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대부분은 그 후로 헤어졌던 부모 등 가족들이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학살당하는 바람에 영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평생을 보내야 했다.
어린 나이에 형제자매, 부모와 떨어져서 모진 삶을 살아야 했던 이들은 지금은 80~90세 노인이 되었다.
그간 나치 정권이 저지른 악행에 대해 사죄와 보상을 거듭해온 독일 정부는 '킨더트랜스포트' 80주년을 맞아 또다시 당시 피해를 봤던 생존자 1천여 명에게 위로금 성격의 일시 보상금을 건네기로 한 것이다.
생존자 가운데 절반가량은 여전히 영국에 살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두고 나치 희생자 보상 확대 운동을 이끌어온 '대(對) 독일 유대인 물적 청구권 연맹'의 줄리어스 베르만 대표는 "우리는 역사적인 발표를 하는 이 순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결코 버린 적이 없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독일 정부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나치의 박해로 피해를 겪은 83개국의 생존자 6만여 명에게 보상금 명목으로 지금까지 800억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킨더트랜스포트' 생존자들도 이미 1950년대에 소정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독일 정부가 이번에 주기로 합의한 보상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마르틴 초두리 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그들은 가족 품을 떠나야 했고, 대부분은 두 번 다시 가족과 재회하지 못했다"며 이번 보상금은 그들이 겪었던 '특별한 운명'에 대한 경의의 표시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보상금은 '대(對) 독일 유대인 물적 청구권 연맹'이 독일 정부의 위탁을 받아 설립한 '킨더트랜스포트 펀드'를 통해 내년 1월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