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원자 위한 것…" 대구교대 교수 공채 지원자격 논란
대학 측도 문제 인식 "우려스럽지만 학과 자율성 때문에"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초등학교 교원을 양성하는 대구교육대학교가 교수 공개 채용 공고를 내면서 지원자격을 지나치게 세분화해 특정 지원자를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대학 측도 이 같은 논란과 우려를 인지하고 있지만, 학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지원자격 수정조치를 하지 않았다.
18일 대구교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내년 3월 1일 자 임용 예정으로 과학교육과 교수 2명을 초빙하는 공고를 지난 12일 냈다.
이 가운데 동물학 전공 교수 1명에 대한 공고에서는 지원자격으로 '동물학 분야 이학 박사학위 소지자, 중등학교 생물 정교사 자격증 소지자'로 제한했다.
문제는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과학 과목 전반을 교육해야 하는 예비 교사들을 가르칠 교수를 선발해야 하는데 전공 분야를 '동물학'으로 세분화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학교 안팎의 분석이다.
'동물학'은 말 그대로 동물을 연구하는 분야로 생물학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생물학에는 동물학 외에도 식물학, 미생물학, 분자생물학, 세균학 등 다양한 하위 분야가 있다. 게다가 대학교수를 선발하면서 중등학교 생물 정교사 자격증을 요구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통상 전국 각 대학은 이 같은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교수 공채 시 모집 전공 분야를 포괄적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 측도 이 같은 문제점을 교내외에서 여러 차례 지적받았고 자체적으로 논란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바꾸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학은 그동안 3월에 임용할 교수는 늦어도 전년도 10월에는 공채 공고를 내왔지만 올해는 해당 학과 측과 논란을 빚다 두 달이나 늦게 공고를 냈다. 자격요건 세분화가 오해 소지가 있다며 대학 본부 관계자들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수들로 구성된 인사위원회가 '학과 자율성은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면서 대학 본부 측은 학과 측과 수차례 밀고 당기기 끝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학과에서 요구한 대로 공채 공고를 그대로 내고 외부에서 문제가 제기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특정 지원자를 위한 공채 공고가 아니냐'는 안팎의 지적에 논리적으로 반박할 근거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잘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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