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드래프트 모두 10R…박윤철 "독수리는 내 운명"
한화에만 두 차례 10R 지명…"대학 4년 동안 많이 늘었어요"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박윤철(22·연세대)은 9월 10일 열린 2019 KBO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뒤 실망감과 안도감,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10라운드 전체 93순위, 한화 이글스 지명. '연세대 에이스'라는 완장을 찬 그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4년 전 서울고를 졸업할 때도 박윤철은 신인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103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하지만 당시 그는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부터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드래프트 결과만 보면 4년 동안 그는 제자리걸음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박윤철은 성장했다. 한화 스카우트팀의 분석도 그렇다. 한화는 "4년 동안 구속도 늘었고, 경기를 운영하는 방법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박윤철도 대학 진학을 후회하지 않는다.
17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8 야구소프트볼인의 밤 행사에서 대학 부문 우수선수상을 받은 박윤철은 "대학 4년 동안 인간적으로도, 선수로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때는 시속 140㎞도 던지지 못했다. 드래프트하기 전에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프로에 자리 잡지 못하고 방출되느니, 대학에서 야구 기량을 더 키우거나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했다"고 떠올렸다.
4년 동안 박윤철은 크게 성장했다. 체중이 7㎏ 불었고, 구속도 시속 8㎞ 늘었다. 박윤철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7㎞다.
프로에 직행했다면 몰랐던 일도 경험했다. 박윤철은 '조별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운동하는 대학생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 최소한 '박윤철, 얘는 다르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조별과제를 신경 썼다"며 "그 덕에 나와 다른 길을 걷는 친구도 많이 생겼다"고 했다.
이제 박윤철은 프로 무대에 뛰어든다. 두 차례 10라운드 지명도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이번에도 10라운드에 뽑혀서 내 기분이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 드래프트 후에 연락을 안 하더라"고 웃은 뒤 "처음에는 실망하긴 했지만, 지금은 '한화와 독수리가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독수리가 팀의 상징인 연세대에서 성장한 그는 두 차례나 10라운드에 자신을 선택한 이글스에서 프로 선수의 길을 걷는다.
아마 시절 독수리를 상징하는 팀은 박윤철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박윤철은 올해 전국 규모 대회에서 19경기에 등판해 12승 2패 평균자책점 2.33을 올렸다. 대학 최고 투수 타이틀도 달았다.
한화 이글스에서도 박윤철은 비상을 꿈꾼다. 조금 더디더라도 꼭 날아오를 생각이다.
박윤철은 "나는 꾀 안 부리고 성실하게 훈련하는 선수다. 나를 두 번이나 지명한 한화와 팬들께 꼭 보답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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