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억' 최경환 "정치적으로 사망…뇌물죄만 벗게 해달라"
검찰, 항소심 결심 공판서 "1심 형량 가볍다"며 징역 8년 구형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검찰이 국가정보원에서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1심 형량이 낮다며 징역 8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7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의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예산과 관련한 국가의 대원칙이 훼손됐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예산 편성권자이자 강력한 예산 통제기관의 수장임에도 예산 편성·심의와 관련한 부정행위를 빌미로 금품을 수수했다"며 "그런데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합리성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그러나 "이 사건은 검찰이 선입견으로 기소한 사건"이라며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반해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은 청와대에 특활비를 제공한 전직 국정원장들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은 점을 들며 "피고인에게 준 돈만 뇌물로 판단하는 건 너무 인위적"이라며 "피고인에게 준 돈도 지원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최후 진술에서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제 1년간의 수감 생활로 인해 정치적으로는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그건 제가 짊어져야 할 업보라 피할 생각은 없지만, 제 인생의 사형 선고인 뇌물죄 오명만은 꼭 벗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2014년 10월 23일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조성된 1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지난 1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최 의원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그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5천만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1심 내내 국정원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한 최 의원은 항소심 단계에서 "돈을 받은 건 맞지만 뇌물이 아닌 국회 활동비로 지원받은 것"이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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