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정치·종교' 의견광고 재개 내년으로 연기
서울교통공사 "가이드라인 마련이 우선…내달 추가 논의"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서울 지하철에서 성·정치·종교 등과 관련한 의견광고 허용이 내년으로 연기된다.
17일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하철 광고심의위원회는 지난 14일 회의에서 의견광고 가이드라인 제정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심의위는 다음 달 다시 회의를 열어 가이드라인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14일 회의에는 전문가 위원 8명 중 6명이 참석했다.
공사 관계자는 "의견광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허용 범위와 기준을 두고 의견을 좀 더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위원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이드라인 마련이 우선이며, 이후 의견광고 허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견광고 논란은 작년 5월 숙명여대 학생들이 축제 기간 불법 촬영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제출했다 거절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기존에는 혐오나 차별을 조장하거나 음란물 등이 아니면 대부분 게재가 가능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서울교통공사는 6월 22일 개인이나 단체의 주장 또는 성·정치·종교·이념의 메시지가 담긴 의견광고를 게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기준이 모호한 데다 상업광고는 허용하면서 시민이 목소리를 낼 공적 통로는 막는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공사는 지난 9월 광고심의위원회를 열고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당시 심의위는 연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여기에 부합하는 의견광고만 싣기로 했으나 논의가 길어지면서 광고 허용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의견광고 허용이 미뤄지면서 한 단체가 추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환영 지하철 광고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위인맞이환영단'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대형 스크린 지하철광고를 접수했다'는 글을 올렸다.
공사 관계자는 "대행사에서 아직 해당 광고와 관련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현 방침상 광고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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