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비체 합의 미국 파리협정 복귀 계기되나

입력 2018-12-17 10:43
카토비체 합의 미국 파리협정 복귀 계기되나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평평한 운동장" 마련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구체적 이행지침을 마련한 카토비체 합의를 계기로 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이 이를 번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지만 4년의 경과규정이 있어 2020년 말에나 실제로 탈퇴할 수 있다.

17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카토비체 합의에 대해서는 비판과 찬사가 엇갈리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선·후진국 모두에 똑같이 적용되는 단일 규칙을 도출함으로써 신뢰와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찬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단일 규칙 마련을 통해 세계 초일류 강대국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협정 탈퇴 선언을 거둬들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인도 등에도 똑같은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경제적으로 뒤처져 있는 만큼 선진국에 적용되는 것보다 완화된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지난 2일부터 열린 이번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도 이런 선·후진국 간 충돌이 되풀이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미국이 협정 탈퇴를 선언한 만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의 예외 요구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진통은 있었지만, 미국이 주장해온 대로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모든 나라에 같은 규칙을 적용하되, 경제적으로 뒤처져 있는 개도국에는 "유연하게(flexible)" 적용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상대표들이 막후에서 투명한 이행 규칙을 만드는 데 건설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기후변화 협상을 진행했던 조지 메이슨 대학의 앤드루 라이트 교수는 유에스에이 투데이와의 회견에서 작고 가난한 나라에 규칙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규칙은 기본적으로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이 다시 (협정으로) 돌아가기 용이한 합의를 원했는데" 중국과 인도 등 다른 큰 개도국이 미국과 다른 규칙을 갖지 않는 바로 그런 합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외교관과 환경운동가들은 미국이 이번 합의에 동참한 것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 결정을 철회하고 파리협정에 계속 남아있거나, 미래의 대통령이 파리협정으로 돌아오게 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디스 가버 미국 국무부 대양·국제환경·과학 담당 부차관보가 이끈 미국 협상대표단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고 밝혔으나 카토비체 협상 결과는 "우리의 경제적 경쟁자들이 (오랫동안 유지돼온 미국 기준과) 일관된 방식으로 책임 있게 배출가스 보고를 하도록 만드는 데 중대한 진전"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당장은 변화가 없다지만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앞으로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성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을 탈퇴하면서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고, 중국과 인도에 엄격하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 바 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