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방 춤 저작권 논란…"공공재 예술" vs "개인 창작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한국 전통춤의 거목으로 불리는 우봉(宇峰) 이매방(1927~2015)의 삼고무와 오고무 저작권 등록을 두고 전통무용계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유족이 대표로 있는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는 고인의 창작 작품임을 인정받기 위한 저작권 등록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봉 이매방춤 보존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보존회)는 이매방 춤의 사유화를 우려한다.
16일 전통무용계에 따르면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측은 지난 1월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삼고무와 오고무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이후 삼고무와 오고무를 활용한 공연을 올린 국립무용단 등 국공립예술단체에 저작권 내용과 저작권자를 명시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삼고무와 오고무는 무용수의 뒤편과 좌우에 각각 북 세 개와 다섯 개를 두고 추는 춤으로, 역동성과 생동감이 특징이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한 시상식에서 삼고무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는 공연 단체들이 삼고무와 오고무를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속무용'이나 '전통춤'으로 표기하지만, 이매방이 생전에 안무한 창작물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매방 사위인 이혁렬 대표는 "삼고무와 오고무는 이매방 선생이 1948년께 창작한 춤"이라며 "이에 따라 저작권 등록이 이뤄졌고 현재 저작권이 있는 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인이 창작한 작품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알리는 것이 이번 저작권 등록의 목적"이라며 "무분별하게 보급돼 원형을 잃고 변질해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보존회 측은 이 같은 저작권 등록이 이매방 춤의 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오고무와 삼고무가 무대화한 지도 약 70년이 흐른 만큼 이미 '전통' 범주에 포함된 춤이란 입장이다.
보존회는 성명서를 내고 "오고무와 삼고무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춤"이라며 "이매방 선생님의 순수 창작물이라는 주장과 저작권 등록은 전통문화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가 국립무용단 등에 저작권료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영리 추구 목적이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보존회는 "몇 대를 걸쳐 공연된 고유의 춤사위와 가락을 창작물로 둔갑시키는 행위는 전통춤의 보존이나 발전에 기여한 바 없는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대표의 사적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작권을 이용해 공연 활동과 학습 등을 침해하는 것은 가난한 전통무용가들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행위"라며 "전통문화의 올바른 계승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존회는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렸으며 이날 현재 3천750여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도 예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저작권 등록이 영리 목적이라는 글은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이라며 "향후 2년간 저작권료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이미 밝힌 상태"라고 답했다.
국립무용단은 이번 문제에 대한 전통예술계 의견이 모일 때까지 저작권료 지급을 보류하기로 했다.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현재 (오고무가 활용된) '향연' 공연과 관련해 900만원(회당 300만원) 지급을 요구받은 상태"라며 "양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시간을 더 두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요무형문화재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는 궁중무용은 저작권이 없지만, 민속춤이나 다른 춤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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