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6만 고려인 정체성 와해중… 통합단체 출범해야"
'한-중앙아 고려인 문제 포럼'서 CIS지역 통합네트워크 강조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 흩어져 사는 46만 고려인은 타민족과의 혼인이 늘어나 혈연적 혼합이 이뤄지는 데다 차세대는 점차 현지화해 고려인 특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국가를 초월한 통합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한국외대 중앙아시아연구소가 14일 개최한 '한-중앙아 고려인 문제 특별 포럼'에서 황영삼 외대 교수는 "과거 고려인은 어디에 살든 혈연·문화·언어 등이 동일했으나 구소련 붕괴로 국가별로 처한 여건이 달라지면서 단일성이 와해해가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고려인사회를 하나로 묶는 통합단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수민족 고려인 문제의 쟁점과 네트워크 구축 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고려인은 거주하는 15개국의 정치·경제적 여건에 따라 생활환경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거주 고려인은 러시아어 사용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경제적 불황 등으로 한국 등 해외로 이주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또 발트 3국·캅카스 3국·몰도바 등 7개국은 고려인이 다 합쳐서 5천명에 불과해 거주국 주류사회에 동화되기 직전이고,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정치적 이유로 고려인이 모국과의 연결고리를 가지지 못한 채 고립되고 있다고설명했다.
황 교수는 "이제 고려인사회의 가장 큰 공통점은 러시아어를 공통으로 사용한다는 것 정도"라며 "CIS에서는 카자흐와 우즈베크의 고려인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동체 이질화가 심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가별 고려인협회로는 전체 고려인사회를 규합하고 국가 및 사회적 영향력을 구축하기 미약하므로 해결방안으로 가칭 '고려인 동포대회'(Congress of Russian Speaking Korean) 개최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고려인협회장을 비롯해 저명인사, 기업인, 청년단체 대표 등을 인구비례로 200여명을 뽑아 상임회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대회를 치르는 방식이다.
황 교수는 "고려인 차세대 기업인들로 구성된 단체들은 이미 CIS 지역과 모국까지 포함하는 통합네트워크를 만들어내고 있듯이 스스로도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서도 이들을 한민족 자산으로 끌어 앉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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