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품 60여 점으로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평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안녕! 민주주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땅에 낮게 깔린 안개 사이로 나무들이 보인다. 나무와 안개가 중첩한 풍경이 마치 담백한 수묵화 같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입구에 걸린 이 작품은 사진이다. 2010년에 비무장지대인 강원도 철원 풍천원 들판을 촬영했다.
모서리를 돌면 철모를 쓴 군인이 망원경을 든 모습을 포착한 흑백사진이 나타난다. 분단 상징인 판문점에서 경계를 서는 군인에게서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사진들은 관람객에게 평화의 의미를 묻는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민주주의에 있다. 평화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사진작가 20여 명이 찍은 작품 60여 점과 신문 아카이브 자료 20여 점으로 민주주의와 평화를 조명하는 특별전 '안녕! 민주주의'를 14일 개막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 개최하고 서울시와 한겨레신문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걸어온 여정을 키워드 6개로 살핀다.
김수진 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전시 제목에서 안녕은 '반갑다'라는 뜻이기도 하고, '잘 있느냐'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1987년 이후 지금까지 민주주의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공간은 평화와 권위를 이야기하는 앞쪽과 애도를 중심으로 노동, 광장, 참여와 관련된 사진으로 꾸민 뒤쪽으로 나뉜다.
앞쪽에서는 실향민과 이산가족의 아픔, 남북 긴장과 화해, 1980년대 광화문 거리에 걸린 정권 선전 문구, 권위적인 국가기관을 담은 사진을 만난다.
발걸음을 옮겨 뒤쪽으로 향하면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주인을 잃은 안산 단원고 교실 책상을 비롯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차벽으로 막힌 광장 사진이 눈길을 끈다.
참여를 주제로 한 공간에는 1988년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정을 시작으로 2017∼2018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집회까지 30년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10대 사건을 뽑아 소개했다.
전시장에 걸린 사진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해설이 수록된 소책자를 들고 다니며 관람해야 한다.
주진오 관장은 "민주주의는 특정 정치인이나 집단이 아니라 너와 나, 우리가 모두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며 "사진을 통해 민주주의가 어떻게 확립됐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0일까지. 오는 19일 오후 7시에는 사진작가 탁기형과 홍진훤을 초청해 토크 콘서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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