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다짐한 다음날 터진 수시합격자 파문…답답한 조선대
합격 발표 78명, 4시간 만에 불합격·예비순위자로 변경 '반발'
'몇 달간 내홍으로 기강 해이해진 탓' 지적…교육·행정의 질 제고에 노력해야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78명이나 되는 합격자가 뒤바뀐 조선대학교 수시모집 결과 발표 오류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달간 내홍을 겪었던 조선대는 혁신안을 공개한 다음 날 황당한 실수를 저질러 또 한 번 신뢰를 잃게 됐다.
14일 조선대에 따르면 대학 측은 애초 예정보다 하루 앞당긴 지난 13일 2019학년도 수시 합격자 3천591명을 발표했다.
조기 발표는 결국 독이 됐다.
실기 전형 과정에서 프로그램 오류로 불합격 처리했어야 할 78명이 합격자로 발표됐다.
대학 측이 오전 10시에 합격자를 발표했다가 오후 2시에 오류를 정정하면서 합격자 78명의 면면은 바뀌었다.
그사이 합격 사실에 안도했다가 불합격 처리되거나 예비순위자로 밀린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오후 1시 40분께 일부 수험생의 합격 여부에 대한 문의를 받고 확인한 결과 오류가 있었고 오후 2시 합격자를 바로 잡았다"는 대학 측의 설명은 단 20분 사이에 정정할 만한 기초적인 실수였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요청에 따른 결정이기는 했지만 조기 발표 결정도 결과적으로는 질타를 받게 됐다.
대학 신입생 모집 전형의 공신력은 크게 떨어졌다.
대학 측은 이런 우려 때문인지 "실기 전형 이외의 전형은 이상이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강조했지만, 전체 전형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됐다.
합격에서 불합격으로 번복된 학생 측의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대응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선대는 대학 홈페이지에 김재형 총장 직무대리 명의로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수험생들에게도 개별적으로 연락했지만 일부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는 합격 여부를 확인하려는 수험생 등 접속량 폭주로 이날 오전 한때 먹통이 되기도 했다.
이번 일은 최근 몇 달간 총장 거취를 둘러싼 논란으로 노출된 대학 구성원 간 극심한 갈등의 영향이라는 냉혹한 평가도 있다.
강동완 총장이 직위해제되면서 마찰은 다소 잠잠해졌으나 그전까지 대학 내부에서는 단식, 삭발, 천막 농성 등이 이어졌다.
조선대 혁신위원회는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역량 강화 대학으로 분류된 후 불거진 내홍을 딛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지난 12일 구성원 토론회에서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대학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튿날 터진 어이없는 실수는 갓 공식활동에 들어간 혁신위의 구호도 공허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천여명이 생활하는 기숙사에 온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사례도 대학 측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 운영은 누가 총장을 맡느냐, 주도권을 쥐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행정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대 졸업자인 김모씨는 "합격자 발표 오류 뒤 인터넷 반응을 살펴보니 '조선대 떨어졌으면 잘된 일 아니냐'고 비꼬는 말도 있더라"며 "시도민들의 참여로 세운 민립대학으로서 최소한의 자부심은 유지할 수 있도록 더는 해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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