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주변 길고양이는 굶어도 되나요"…캣맘의 눈물

입력 2018-12-14 10:26
수정 2018-12-14 16:13
"관공서 주변 길고양이는 굶어도 되나요"…캣맘의 눈물

"경찰서 옆서 길고양이 밥주다 경찰관에 폭언 들어" 해당 경찰 "청사관리 때문에…잘못 인정"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지난 5일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 '반려동물 사랑방'에 부산 서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캣맘' A(46)씨가 전날(4일)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부산 서부경찰서 앞 화단에서 길고양이에게 마른멸치 등을 주고 있던 그에게 이 경찰서 경무과 B경위가 나타나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고 고함을 질렀다는 것.

B경위는 고양이 밥그릇과 물그릇을 엎고 멸치를 먹고 있던 고양이를 때리기까지 했다고 A씨는 글에서 주장했다.

A씨는 "이왕 가져온 음식만 다 먹이면 떨어진 부스러기를 줍고 주변을 정리하고 가겠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사정했지만 경찰관은 당장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 경찰서 주변에서 고양이 밥을 주면서 한 번도 제재나 경고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폭언에 가까운 고함을 들어 눈물까지 났다"면서 "고양이 밥을 주면서 제대로 청소가 되지 않고 있던 민원인 쉼터나 화단 청소까지 자발적으로 해왔는데도 범죄자로 취급된 느낌이었다"고 호소했다.



화가 난 A씨가 국민신문고에 민원 글을 올리자 B경위는 "경찰서 청사 관리자로서 분뇨 냄새 등 길고양이에 대한 민원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시민에게 강압적으로 이야기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잘못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답글을 달았다.

B경위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고양이를 쫓으려고 손으로 저었을 뿐 때리지는 않았다"면서 "주변이 재개발 지역이라 길고양이가 유독 많은 데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드나드는 관공서다 보니 청사관리 담당자로서 좀 예민하게 반응한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민원 경찰로 시민들끼리 길고양이 문제로 시비가 붙은 곳에 출동한 상황이었다면 '고양이 밥을 줘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의 호소로 이 사건에 대한 법률검토 등을 담당한 부산 동물자유연대는 "길고양이 밥 주기는 위법 행위가 아닌데도 추운 날씨와 굶주림 등 혹독한 환경에 놓인 생명을 돕는 캣맘들이 혐오의 표적이 되곤 한다"면서 "일반 시민의 혐오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경찰관이 캣맘에게 강압적 태도를 보인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며 유감을 표했다.

이 단체는 "청사 관리자가 구성원 불만이나 시민 민원에 민감한 것도 이해하지만 경찰서 내부에서 길고양이 밥을 준 것도 아닌데 지나친 처사"라고 지적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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