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이어 원장도 구속…추락하는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세계태권도 본부를 자임해온 국기원이 사무총장에 이어 원장까지 구속되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직원채용 비리,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지난해부터 경찰 수사를 받아온 오현득(66) 국기원장이 결국 13일 구속됐다.
경찰이 이미 수차례 오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며 반려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경찰은 오 원장이 2014년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을 뽑으려고 시험지를 사전에 유출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해왔다.
오 원장은 국기원 직원들을 시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보내도록 하고 2014∼2016년 전자호구 납품업체를 선정할 때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오대영 사무총장이 같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데 이어 오 원장마저 같은 처지가 되면서 국기원은 조직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새 원장 선임절차를 마무리 지은 후 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 지난 9월 조건부 사퇴를 표명한 오 원장은 국기원 정관에 따라 구속과 함께 직무가 정지된다.
국기원에 따르면 현직 원장이 구속된 것은 이사장까지 겸임하던 고(故) 김운용 초대 원장이 2004년 1월 횡령 및 배임수재,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된 데 이어 오 원장이 두 번째다.
1972년 태권도 중앙도장으로 개원한 국기원은 태권도 기술 및 연구개발, 승품·단 심사 및 태권도 보급을 위한 각종 교육사업, 태권도 지도자 연수·교육 등을 통해 태권도의 세계화와 무예 태권도의 활성화를 주도해온 태권도의 성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오 원장 등 수뇌부와 관련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이사회마저 제구실을 못 한 탓에 국기원의 위상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됐다. 이와 함께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국기원은 현재 자체 해결 능력을 의심받으며 외부의 손에 수술을 맡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섰고, 지난 8월 태권도 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꾸려진 태권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국기원 개혁을 위한 새 정관안 등을 마련해 태권도인들의 여론 수렴 절차까지 거친 후 최종 발표만을 남겨놓고 있다.
궁지에 몰린 국기원은 지난 9월 이사회에서 자체적으로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납득할 만한 개혁방안을 3개월 안에 내놓지 못하면 이사진이 총사퇴하기로 결의했다.
발전위원회는 지난 12일 사실상의 마지막 회의를 하고 어느 정도 제도개혁방안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부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개혁 의지가 담겼을지가 관건으로, 당장 태권도 단체의 TF가 마련한 제도개선안과도 비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년도 사업계획 등의 승인을 위해 이달 마지막 주에 정기 이사회를 열 계획이었던 국기원은 오 원장의 구속으로 상근직 임원의 공백 사태가 벌어지면서 당장 다음 주에 홍성천 이사장 주재로 긴급이사회를 열어 해법을 모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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