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덩이 두드려 철기 만드는 기술, 동해 통해 유입"
국립중앙박물관·한국상고사학회 학술대회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영동 지방과 한강 수계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고대 단조(鍛造) 철기가 한반도 동해안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반도가 중국 중원에서 기원한 제철 기술을 수용했다는 통념과 달리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유라시아 초원 제철 기술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심재연 한림대 연구교수는 한국상고사학회와 국립중앙박물관이 14일 박물관 소강당에서 여는 학술대회에서 '환동해(러시아 연해주와 한반도 동해안을 잇는 지역) 비중원계 철(철기) 생산 가능성 검토'에 대해 발표한다.
13일 배포된 발제문에 따르면 중원계 철기는 선철(銑鐵)을 만든 뒤 거푸집에 붓는 주조(鑄造) 철기가 중심을 이루지만, 한반도 중부 지역에서는 괴련철(塊鍊鐵·낮은 온도에서 만들어 불순물이 많은 철덩어리)을 두드려 제작한 유물이 많이 나온다.
심 교수는 "괴련철 생산 체계는 초원 지역을 매개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시베리아 남부와 몽골에서 나타나는 지하식 제련로를 활용한 조업 방식은 주조 철기 생산법이 알려지기 전에 보편적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원 지역과 한반도 중부에서 발견된 송풍관(送風管)은 크기가 다르지만,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점토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지역 사이의 제철 공정은 유적에 차이가 있으나, 동일한 계보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행적으로 인식하는 중원 중심 전파론에서 벗어나 선사시대 이래로 진행된 북방 지역과의 상호작용 결과가 괴련철 생산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고대사의 외연과 확장'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선사시대 동심원 무늬를 통해 살핀 환동해 문화권 범위와 교류 영역, 한반도 신석기시대 소뼈 연구 제언에 관한 발표도 진행된다.
유은식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함경도 일대 예(濊, 혹은 동예) 세력을 고고학적으로 해석하고, 신광철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강원도 말갈의 정체성과 고구려 남진(南進)에 대해 논한다. 홍형우 강릉원주대 교수는 함경도와 연해주 일대에 남은 여진 문화를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고고학계와 사학계는 고대 국가 중심지에 집중하고 나머지 지역에는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며 "한국사에서 소외된 지역인 동해안을 조명하고, 나아가 북한과 연해주를 잇는 문화교류를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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