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부 존폐위기' 덕수 출신 이용규 "꿈 사라지는게 안타까워"

입력 2018-12-13 15:33
'야구부 존폐위기' 덕수 출신 이용규 "꿈 사라지는게 안타까워"

특성화고 통폐합·이전 계획으로 '야구장 없는 야구부' 전락 위기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이재영 기자 = 존폐위기에 몰린 야구부를 살리고자 엄동설한을 뚫고 모인 고교야구 명문 서울 덕수고 동문은 이구동성으로 "야구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덕수고 출신 야구인 60명은 1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2023년 특성화고 통폐합 이전 결사반대를 주장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서울시 교육청은 덕수고 특성화 계열을 지금 서울 성동구 행당동 자리에 남기고 일반계열을 2021년 3월까지 위례신도시 내 거여고(가칭) 설립 예정지로 옮기는 학교 분할·이전을 추진하다가 지난달 지원자 급감을 명문 삼아 덕수고 특성화 계열마저 다른 특성화고와 통폐합하기로 일방적으로 선회했다.

'덕수상고'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덕수고는 특성화고 전통이 강한 학교로 개교 108년을 맞이했다. 지금은 특성화 계열과 인문계열이 모두 있는 서울 유일의 '종합고'다.

위례신도시 새 덕수고 부지는 현재 학교 부지 면적의 약 ¼로 줄어든다. 따라서 지금 학교 안에 있는 야구부 운동장도 새 부지엔 지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특성화고 통폐합으로 행당동 현 부지마저 사라지면, 덕수고 야구부는 그야말로 '야구장 없는 야구부'로 전락한다.

사태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덕수고 야구인들은 원래대로 현재 학교 부지에 특성화 계열을 그대로 남겨 야구부가 운동장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교육청을 압박했다.

프로야구 히어로즈의 장정석 감독, 김재걸 LG 트윈스 코치, 류제국(LG)·이용규·최진행·최재훈(이상 한화) 등 덕수 출신 동문이 항의집회를 주도했다.

이용규는 "모교 야구부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 집회에 참석했다"며 "야구장이 없는 학교에서 야구를 해야 하는 후배들은 결국 교실이 없는 곳에서 공부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말도 안 되고 불쾌하다"고 덧붙였다.

이용규는 특히 "(후배들의) 꿈이 없어지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야구 선수가) 프로에 가기 위해선 고교 시절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학교 야구부는 서울의 명문이며 서울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소리소문없이 이렇게 위기가 온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덕수고 출신으로 저명한 스포츠 캐스터인 유수호 씨도 "학교 역사가 100년을 넘으면 수많은 동문을 존중하는 게 교육"이라며 "덕수상업고, 덕수정보산업고를 거쳐 덕수고라는 이름으로 108년을 이어온 학교를 동문이 모르는 사이에 이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1980년 창단한 이래 38년간 전국대회 우승 21차례, 준우승 9차례를 일군 덕수고 야구부가 운동장도 없는 곳으로 이전한다니 어이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덕수고가 대한민국 야구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명문 야구부에 운동장을 꼭 달라고 서울시 교육청에 읍소했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은 "야구 선수들에겐 야구장이 교실인데 없어진다고 하니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요즘 야구부원들이 7교시 수업을 마치고 오후 4시 반부터 훈련하는데, 야구장이 없는 학교에서 훈련이 가능할지, 스포츠 스타가 되려는 유소년이 과연 야구를 할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cany9900@yna.co.kr,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