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음주운전 척결' 바다도 예외 없다…해경 특별단속현장
최근 6년간 음주 운항 597건 적발, 사고 72건, 사망·실종 8명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바다 위에서 무슨 일이 있겠어? 몸도 데울 겸 이 정도는 마셔도 괜찮아."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는 요즘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선박 조타실에 들어서면 이런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해상은 육상보다 구역이 워낙 넓은 데다 정해진 도로에서 음주단속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서 감시 사각지대가 많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겨울철을 맞아 새해맞이 행사 등 선박 이용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최근 음주 운항 등 해양안전 위반행위 특별단속에 나섰다.
부산해경 광안리파출소 순찰정은 13일 오전 수영구 민락항을 출항해 광안대교 주변을 오가며 특별단속을 벌였다.
순찰정에 탄 해경 관계자가 "ㅇㅇ호 선장님, 속력 좀 줄여주십시오"라는 방송을 보내자 9.77t급 연안자망 어선 한 척이 잠시 후 멈췄다.
음주 측정기를 휴대한 배우렬 팀장(경위)이 어선에 승선해 소속과 사유를 밝힌 뒤 음주측정을 시작했다. 음주 운항은 아니었다.
배 경위는 "주로 밤새 술을 마시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이른 아침에 운항에 나서는 선박들이 많다"며 "그나마 요즘에는 음주 운항 선박에 많이 줄어든 편"이라고 설명했다.
해상 음주단속은 입출항 전 정박 어선에서 이뤄지거나 불시에 해상에서 이동 선박 대상으로 검문을 하기도 한다.
해상관제센터(VTS)에서 비틀거리는 의심 선박 있으면 상황실로 전달해서 음주측정이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음주를 목격했거나 음주가 의심된다는 익명 신고도 이어지는 추세라는 게 해경 설명이다.
부산해경은 올해 9월 8일 오후 1시 30분께 부산 남형제도 남서쪽 12.6㎞ 해상에서 부산 선적 191t 대형선망 어선 A호를 적발했다.
음주 운항이 의심된다는 익명 신고를 접수하고 경비함정을 급파해 적발하고 보니 선장 A(62)씨와 갑판장 B(51)씨 혈중알코올농도는 각각 만취 상태인 0.136%와 0.191%였다.
조사결과 두 사람은 적발 전날인 7일 저녁부터 다음날인 8일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숙취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A호를 운항했다.
최근 6년간 전국 해상에서 음주 운항을 하다가 해경에 적발된 건수는 600건에 가깝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무소속 손금주(전남 나주·화순)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상에서 음주 운항을 하다가 적발된 건수는 총 597건이었다.
이 기간 음주 운항으로 인한 선박 사고도 72건에 달했다.
2013년 이후 음주 운항으로 인한 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이는 모두 8명으로 집계됐다.
해사안전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상태로 선박을 운항하면 5t 이상 선박의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5t 미만 선박은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또 음주 운항 적발 횟수에 따라 해기사 면허가 정지되거나 아예 취소될 수 있다.
1차 위반 시 면허 정지 3개월, 2차 위반 시 면허 정지 1년이다. 3번째 적발되면 해기사 면허가 취소된다.
해경은 처벌기준과 형량이 강화된 일명 '윤창호법'이 1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수상레저기구를 포함한 모든 선박의 해상 음주 운항 등을 1월 13일까지 33일간 집중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남해해경청 관계자는 "술을 마셨으면 절대로 선박 조타기를 잡아서는 안 되며 과음을 했으면 반드시 숙취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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