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바란다] "반드시 합격" 연말연시 잊은 고시·공시생들
"노량진 벗어나 '진짜 서울' 즐기고 싶어…가장 간절한 건 합격"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송년회로 어느 때보다 바쁜 저녁을 보낸 12월.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며 바삐 지내는 사람들과 달리 1.5평짜리 고시원 방에서 조용한 연말연시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공무원·교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연말연시에도 시험 합격을 위해 마치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지낸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한 고시원에서 지내는 임용고시 수험생 강모(32)씨는 지난달 내내 매일 아침 공부를 위해 이른 시간 학원을 찾았다.
지난달 13일 학원 앞에서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피우던 그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러다 새해 소망을 묻자 "합격"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강씨는 2012년 대학교를 졸업한 뒤 7년째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집이 경남 창원인 강씨는 올해 1월 서울 노량진 고시원으로 이사를 왔다.
그는 "12월 시험에서 1차 합격했다. 2차 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7년간 고생한 만큼 1월에 있는 2차 시험에는 꼭 합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도 했어요. 일반 회사에 취직도 했지만 내 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올해에는 꼭 합격증을 부모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1차 시험에 합격하니 부모님이 너무 좋아했다"며 "한달 생활비와 학원비로 100만~200만원가량을 부모님께 받으니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시험이 1년에 한 번뿐인 점도 힘들고, 나이가 들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다"면서 "내년에는 노량진을 탈출해 학교로 출근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부산에서 상경해 노량진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A(24·여)씨 역시 연말연시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고 한다. 그는 2년째 유치원 교사 임용 시험을 준비 중이다.
A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스터디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습한다. 그는 연말연시에 느끼는 잠깐의 행복보다 내년의 합격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는 "내년에는 지긋지긋한 노량진을 벗어나 '가짜 서울' 말고 '진짜 서울'을 느껴보고 싶다"며 "합격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것도 많이 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30대 늦깎이 공무원시험 수험생에게 연말연시는 특히나 공부하기 괴로운 시기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시험을 2년째 준비 중인 B(33)씨도 지난달 내내 지인들과의 송년회 약속을 취소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B씨는 "연말이 되니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로부터 송년회에 나오라는 연락이 자주 왔다"며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말을 안 하다 보니 그때그때 핑계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에 다닌 덕분에 부모님께 돈을 지원받지는 않지만,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죄송하다"며 "내년에 공무원 채용이 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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