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잊지 않는다"…中 난징대학살 희생 30만 영혼 추모(종합)
중일관계 회복 국면 고려 시진핑 불참 속 차분히 치러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인들이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난징대학살 81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13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장쑤성 난징시에 있는 '난징대학살 희생동포 기념관'에서 왕천(王晨) 정치국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당·정 관계자와 군인, 시민 등 8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 추모식을 거행했다.
추모식이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1분간 난징 시내 전역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사이렌 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졌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묵념했고 차량과 기차, 선박 등도 일제히 멈춰 경적과 기적을 울리며 추모에 동참했다.
왕 국무위원은 추도사에서 "우리는 역사를 기억하고 과거를 잊지 않을 것을 선서한다"며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미래를 열어나가는 굳건한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중국 인민은 평화 발전을 길을 걸어가겠다는 숭고한 희망을 피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으로서 중일 관계 안정은 쌍방의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과 세계 안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며 "쌍방은 역사를 귀감으로 삼아 평화·우호·협력의 큰 방향을 정확히 잡아나가 세계 평화에 함께 공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살 현장인 난징시 외에도 하얼빈 일본 731부대 주둔지, 베이징 인민항전기념관, 충칭 일본군 대폭격 현장 등 중국 주요 장소에서도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모여 난징대학살 추모행사를 동시에 열었다.
홍콩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도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불태우는 시위를 벌이는 등 중국 본토 밖에서도 난징대학살 추모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도 이날 검색창 위에 난징대학살 발생일인 '12·13' 숫자가 박힌 검은 추모 배너를 내걸었다.
중국은 2014년부터 난징대학살 추모일을 국가급 행사로 격상했다.
난징대학살 추모 행사가 국가 행사로 치러지는 것은 올해로 다섯 번째다.
일본군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7년 12월 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국민당 정부의 수도이던 난징시에서 군인과 남녀노소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살육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중국은 당시 30만명이 넘는 이들이 희생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난징대학살을 축소 해석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수석 부간사장은 방위상 재직 중이던 2016년 8월 "30만명, 40만명이라는 수가 지적을 받고 있다. 수가 얼마였는지는 중요하다"고 발언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다만 중국과 일본이 최근 급속히 관계를 개선 중인 가운데 올해 난징대학살 추모행사는 예년에 비교해 조용하게 치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맞이해 정상회담을 여는 등 미국과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은 일본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이날 추도식을 참석한 최고위급 중국 지도자의 격이 낮아졌다. 중국 국영 중국중앙(CC)TV는 난징대학살 추모 행사를 생중계하지 않았다.
국가 행사로 격상된 후 시 주석은 2014년과 작년 난징대학살 추모식에 직접 참석한 바 있다.
이날 왕 국무위원의 공식 추도사 메시지도 전반적으로 일본과의 건강한 관계 발전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 속에서 중국은 일본과 관계 개선을 돌파구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난징대학살 추모식도 이런 차원에서 '로키'(low-key·저강도)로 진행될 것으로 이미 예상됐던 바"라고 지적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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