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건설·운영 주체 이원화 구조 바꿔야" 여론 고조

입력 2018-12-13 11:12
수정 2018-12-13 14:04
"철도 건설·운영 주체 이원화 구조 바꿔야" 여론 고조

코레일·철도시설공단 책임 공방 속 유사 사고 재발 초래

국토부, 코레일-SR 통합 용역서 상하분리 문제도 검토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윤종석 기자 = 강릉선 KTX 탈선사고를 포함해 잇따른 사고와 고장 여파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사퇴한 가운데 철도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강릉 탈선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에서 오작동을 일으킨 선로전환기의 회선이 지난해부터 잘못 꼽혀있었을 가능성이 추정되는가 하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코레일의 유지관리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철도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열차 운행과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이 맡는 이원화된 구조 속에 사고가 날 때마다 두 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연된다.

이 때문에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재발하는 만큼 현재의 '상하분리' 구조를 어떤 식으로든 재조정 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된다.

◇ 건설 따로 운영 따로 이원화된 구조

상하분리는 2005년 정부의 철도경영 합리화 방침에 따라 철도청이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개편되면서 이뤄졌다.



철도 운영은 코레일이, 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각각 맡아 분업화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막대한 자본금이 투입되는 건설은 준정부기관인 철도시설공단이 책임지고, 코레일은 사용자 안전과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책이었다.

프랑스 등 선진국의 사례를 따른 것이지만 철도건설은 철도시설공단이, 운영과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맡으면서 사고 발생 때마다 책임소재가 애매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상하분리 원칙에 문제가 있는 만큼 두 기관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반면 철도시설공단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지보수 업무와 인력을 공단으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 되풀이되는 책임 공방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선로전환기 오작동과 관련해 코레일은 강릉선 건설과 개통 당시부터 문제가 된 '21A' 선로와 '21B' 선로의 선로전환기 케이블이 잘못 꽂혀 있었다며 '부실시공' 가능성을 제기했다.

개통 전 철도시설공단 주관으로 A, B 신호가 제대로 잡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동검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연동검사 주기가 2년이어서 추후 연동검사를 할 수 없었고, 그동안 1주일에 한 번 단위로 선로전환기가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만 했을 뿐이어서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철도시설공단은 1년 가까이 열차를 운행하는 동안 사고 발생이 전혀 없었던 만큼 개통 후 시설을 인수한 코레일에 유지보수 책임이 있다고 반박한다.

지난 7월 경부고속철도 평택 인근의 선로전환기 신호장치 고장으로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KTX와 SRT 89개 열차가 줄줄이 지연되는 사고가 났을 때도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은 선로전환기 신호를 전달하는 케이블 손상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 상하통합이냐 재조정이냐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상하분리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 만큼 '상하통합'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철도안전은 시설물의 유지관리와 투자가 핵심이지만, 시설관리와 유지보수 주체가 이원화돼 위험도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철도시설공단의 유지보수 업무는 철도공사가 위탁 수행 중이며, 두 기관 간 책임이 분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도시설공단은 열차 운행과 사고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없어 시설개량 등 안전투자를 줄이려는 경향이 발생한다"며 "기존 시설의 개량보다는 신규노선 건설업무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일반 철도의 시설물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철도안전위원회에서 현재의 기관 분리로 이원화된 시스템은 안전 확보가 어려울 수 있음을 지적하고 개선을 권고했었다"고 덧붙였다.

철도 건설과 함께 유지관리 업무도 철도시설공단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철도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과 개량·유지보수를 포함한 시설관리를 철도공단으로 일원화하고, 코레일은 차량과 운행만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6천여명에 달하는 코레일의 유지보수 인력이 공단으로 소속이 바뀌는 데 대해 철도노조와 코레일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SR의 통합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철도 상하분리 문제도 용역의 검토 대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전반의 실태에 대한 감사에도 들어가는 만큼 산업 전체의 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 됐다"며 "용역에서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유지보수를 할 때 공동으로 협조해 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매뉴얼의 이행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 연구용역에 대해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등의 논란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결과가 나왔을 때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하려면 정치적인 고려 없이 철도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ej@yna.co.kr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