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나라장터 거래정지는 '행정처분'…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계약에 근거한 것이므로 항고소송 안 된다 본 원심 판단은 잘못"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조달청이 계약조건을 위반한 조달물품 납품자에게 온라인 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의 거래를 정지하는 행위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3일 석재 블록 제작업체인 A사가 조달청장을 상대로 낸 거래정지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소송을 각하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조각석에 그물망(메쉬)를 부착해 형태를 유지하는 기술인 '모자이크페이빙' 특허권을 보유한 A사는 조달청과 2012∼2014년 이 기술로 생산한 제품을 국가기관에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납품을 요구한 지자체에 이 제품을 제공했다.
다만 납품한 제품 중 23%는 상대 기관의 요구로 모자이크페이빙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다.
조달청은 이것이 계약조건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며 6개월간 A사의 나라장터 거래를 정지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거래정지 처분이 국가계약법 등에 근거가 없어 위법하고, 설령 위법하지 않더라도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거래 정지가 법령에 아닌 계약에 근거한 것에 불과하므로,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A사의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을 아예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2심은 "조달청이 나라장터 거래정지를 한 것은 일반 쇼핑몰에서 계약조건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록 나라장터의 거래정지가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기는 하지만, 행정청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나라장터에 등록한 이용자가 입찰에 참가하거나 수요기관에 판매할 수 있는 지위를 얻는 것은 전자조달법이나 조달사업법 등으로 보호되는 법률적 이익이므로, 거래정지 조치는 이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 처분의 주체인 조달청이 행정기관인 데다 A사에 행정절차법 조항이 기재된 의견서를 보냈고, 그간 조달업체들이 비슷한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온 점 등을 근거로 행정처분의 외형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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