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월 70만원 육아수당 사업 제동…복지부 '재협의' 통보
"타당성이나 지역 특수성은 인정…사회환경조성 방안 등 보완 요청"
내년 초부터 지급 사실상 불가…도 "최대한 빨리 협의 끌어내겠다"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강원도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부터 도내에서 출생하는 아이에게 매월 70만원을 지원하는 육아기본수당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 사업의 타당성 등을 검토한 보건복지부는 12일 강원도에 '재협의' 의견을 통보했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하면 사업 타당성과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과 운영방안 등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해야 하는데 '협의 완료'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복지부는 다섯 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어 사업 내용을 보완해 다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우선 내년부터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 등 국가 복지사업이 늘어나는데 지자체도 사업비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지원수준이나 기간을 재검토했으면 한다고 했다.
현재 도내 18개 시·군에서 출산장려금과 중복돼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했으나 협의가 미흡한 점도 재협의 이유로 꼽았다.
도는 4곳은 통합하고, 5곳은 그대로 두고, 9곳은 좀 더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복지부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각각 출산장려금을 주는 곳도 있으나 이 경우 광역에서 주는 출산장려금은 아주 적어 상호보완적인 개념으로 가는 데 반해 도는 매우 큰 금액을 주면서도 사업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건 문제가 있다는 견해다.
게다가 도내 한 시·군에서는 '도에서 워낙 많이 주니까 지역으로 인구유입이 안 된다'는 이유로 도와 차별성을 두고 지급하겠다며 내년에 출산장려금을 늘리겠다는 내용으로 협의를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5년간 총 7천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사업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와 측정방안 등도 명확하게 만들어서 제시해달라고 했다.
'1월 1일부터 출생하는 아이에게만 지급한다'는 형평성 문제도 짚었다. 복지부는 형평성에 관한 민원이 많아 도민들이 납득할 수 설명을 하는 등 대처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출산장려금만이 아닌 종합적인 출산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8명이 자녀 출산·양육을 위한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고 답할 만큼 일·가정 양립을 위한 환경조성 등 '큰 그림' 안에서 출산장려금이 지급돼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업 타당성이나 강원도가 처한 인구소멸위기 등 지역 특수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본다"면서도 "세밀한 부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 재협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답변 기한으로 2주를 제시했으나 도에서 준비되는 대로 제출하면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도에서 답변을 보내더라도 '협의 완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또다시 재협의를 거쳐야 있다.
복지부 검토 결과를 받은 도는 재정부담을 줄이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환경조성이 핵심이라고 보고 2주 이내에 서류를 보완해 재협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복지부와 협의하지 않고 추진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교부세 감액'이라는 불이익을 받게 돼 내년 1월 1일을 넘기더라도 협의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협의가 조금 늦어지면 육아기본수당을 소급해서 지급할 수 있다"며 "복지부 의견에 대한 종합계획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해 협의를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는 앞서 3일 도 보건복지여성국의 내년도 당초 예산안에 편성된 육아기본수당 예산 243억원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협의회와 협의 이후 예산을 집행하라는 것으로 오는 14일 도의회 본회의 개최 전까지 협의를 완료하지 못하면 내부유보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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