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초등생 통학버스…취지는 좋은데 형평성 논란
특정 아파트 학생만 이용 대상 '학생간 소외감 우려'
구청장이 최근 살았던 아파트 '선심성 정책' 지적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통학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은 고층 아파트에 사는 자녀라고 인식돼 학생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요."
부산 한 기초단체가 특정 아파트·초등학교만을 위한 통학버스를 추진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동구는 내년 3월부터 구비 4천만원을 들여 지역 내 초등학교 재학생을 위한 25인승 통학버스 한 대를 시범 운행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부산에서 기초단체가 어린이 통학 안전 확보에 직접 나선 첫 사례로 기대됐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오자 논란이 불거졌다.
통학버스가 동구 수정동 동일중앙초등학교 재학생 중 D아파트와 B아파트에 사는 학생 등교를 위해서만 운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D아파트는 37층, B아파트는 35층으로 동구에서 보기 드물게 고층 아파트다.
사업계획이 알려지자 통학버스 혜택을 보지 못하는 주민들은 특정 아파트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반발했다.
동구에 사는 초등학생 학부모 김모(33)씨는 "오랜 기간 동구에 살며 산복도로 등 통학이 불편한 곳을 많이 봤는데 특정 아파트만을 위해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동구는 제한된 예산으로 추진하는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당장은 모든 주민을 만족하게 할 수 없지만 향후 주민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동구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 학생들은 큰 도로 건너 초등학교를 오가며 교통안전을 위협받고 있어 가장 시급하게 통학버스가 투입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수요가 많으면 추가 예산 확보를 통해 추가 통학버스 투입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이지만 학생들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동구의회 자유한국당 김선경 의원은 "지역 내 초등학교 통학 안전을 확보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구청장이 최근까지 살았던 아파트에 통학버스를 투입하겠다는 결정은 선심성 정책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편국자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 전 지부장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인 아이들을 위한 교육·복지사업은 공평하고 똑같이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통학버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끼거나 빈부격차를 느낄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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