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범죄, 일상의 공포" 제주 엽기 '후진 충격' 사건 재구성

입력 2018-12-12 14:49
수정 2018-12-13 17:26
"분노범죄, 일상의 공포" 제주 엽기 '후진 충격' 사건 재구성

홧김에 20차례 이상 차 운전석 들이받아 중상 입혀…경찰, 살인미수 영장

배상훈 "순전히 가해자 특수상황 때문에 잘못 없는 피해자 발생"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순전히 가해자의 망상적 혹은 착오적인 내부 심리 문제로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은 피해자가 공격당했다. 그래서 이 사건이 공포다"

배상훈 전 서울지방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지난 4일 제주에서 발생한 '이중주차 후진 충격' 사건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아무런 잘못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누구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가해자 개인의 상황적인 분노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사건은 지난 4일 제주대학교 병원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A(54·여)씨가 전기차를 몰고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에 진입했을때 충전소 자리에는 이 사건 가해 혐의를 받는 김모(37)씨가 이미 자신의 전기차에 충전중이었고 김씨는 자리를 뜬 상태였다.

A씨는 화장실에 급히 다녀오려고 김씨의 차 뒤편에 가로로 이중 주차했다. A씨에 따르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운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그사이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김씨가 A씨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전화상으로 '차를 빨리 빼라'고 말하며 욕설을 퍼붓는 김씨에 놀라 A씨가 달려와 차를 빼려고 운전석에 올라타려는 순간 앞문에 몸이 끼고 말았다.

김씨가 갑자기 후진해 A씨 차량 운전석 부분을 들이받았고 그 충격 때문에 문짝과 운전석 사이에 몸이 낀 것이다.

김씨의 돌발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가 몸이 낀 상태에 있는데도 계속 차로 A씨의 차를 들이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가 차를 후진해 A씨의 차에 부딪힌 횟수가 20차례가 넘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김씨에 대해 상해 등의 혐의가 아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차량 충격이 1∼2회에 그치지 않고 20여 차례나 돼 고의성이 크다는 이유다.

특히 김씨는 범행 도중 차를 멈춰 내려서 A씨가 차에 끼여 고통받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뒤 다시 차에 올라타 수차례 더 후진행위를 계속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피해자 A씨의 가족은 "A씨가 김씨에게 '살려달라, 암환자다'라고 호소했으나 김씨는 '그럼 죽어라'라고 말하곤 수차례 더 차를 충격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피해자 측의 주장을 확인하려고 당시 음성이 녹화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씨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의 블랙박스 제출 요구를 처음에는 거부했다가 경찰이 차량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자 블랙박스를 임의제출했다.



그러나 김씨의 차량 블랙박스는 이미 초기화된 상태였다.

김씨는 경찰에서 처음에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후진했다"고 부인했으나 경찰이 주차장 폐쇄회로(CC) TV를 토대로 고의성을 확인하자 꼬리를 내렸다.

피해자 A씨는 골반과 다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배상훈 전 심리분석관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 노숙자 등에 갑자기 내재한 개인적 분노를 표출한 경우라고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그전에도 분노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는지 수사경력자료 등을 토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지법은 12일 김씨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실심사)에서 살인의 고의성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koss@yna.co.kr

수십차례 고의 충돌…제주 주차장 '후진 충격' 사건 전말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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