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쿠릴영토 강경발언 잇따라…일본은 '말조심' 대조적

입력 2018-12-12 10:38
러, 쿠릴영토 강경발언 잇따라…일본은 '말조심' 대조적

극동담당 부총리, "섬 반환 논의된 적 한 번도 없다"

일 외상은 기자회견서 질문 '못 들은 척' 답변 회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과 러시아가 1956년 일소공동선언에 입각해 평화조약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러시아 정부 요인들이 이달 들어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문제에 대해 "섬 반환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며 잇따라 강경발언을 쏟아내 일본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러시아 요인들의 강경발언은 러시아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대(對) 러시아 정책 관련 발언을 적극 자제하고 있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 등 일본 측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극동 담당 부총리는 10일(현지시간) 러일평화조약협상과 관련, "나는 오랫동안 푸틴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회담에 배석했지만 섬반환에 대해서는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으며 공동경제활동문제가 논의됐다"고 주장했다.

트루트녜프 부총리는 쿠릴열도를 관할하는 극동 사할린주에서 이 문제에 관해 언론에 설명하는 가운데 이렇게 말했다.



향후 대일협상에서 러시아 측 책임자를 맡기로 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지난 7일 "평화조약 체결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인정한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이 점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을 일본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쿠릴열도가 당시 소련영토가 됐으며 러시아가 옛 소련을 승계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그런 전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른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소공동선언에는 "평화조약체결 후 하보마이(齒舞)와 시코탄(色丹) 섬을 양도한다"고 돼 있으나 미하일 갈루진 일본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달 3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조건에서 양도할지, 주권 양도인지 등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11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일본이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이 러시아 영토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평화협정 체결 교섭 개시의 조건'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질문을 듣지 못한 척 "다음 질문 하세요"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런 장면은 이날 회견에서만 4차례나 반복됐다.

고노 외상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도 쿠릴 4개 섬이 일본 고유의 영토냐는 질문에 "협상을 앞두고 있어서 정부의 생각에 대해 말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는 말로 확답을 하지 않아 지나치게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베 일본 총리는 내년 1월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며 이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평화조약 협상의 책임자로 지정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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