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질문 4번이나 못 들은 척…日외무상 기자회견 태도 논란
러일 평화협정 질문에 계속 "다음 질문∼"…野 "자격 없다" 비난
러 자극 안 하려는 의도…징용관련 한국에 연일 독설과는 대조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4번이나 못 들은 척을 해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11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이날 도쿄(東京) 외무성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의 평화협정 체결문제와 관련한 민감한 질문을 받자 마치 듣지 못한 양 "다음 질문 하세요"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일본이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이 러시아 영토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평화협정 체결 교섭 개시의 조건'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렇게 반응했다.
통상 일본의 각료나 정치인들은 민감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코멘트할 수 없다'거나 '답변을 삼가겠다'고 설명을 하지만 고노 외무상은 이날 마치 질문을 받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4차례나 나온 것이다.
같은 사안에 대한 질문에 계속 "다음 질문 하세요"라며 딴소리를 하던 그는 심지어는 "왜 계속 '다음 질문 하세요'라고만 말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도 똑같이 "다음 질문 하세요"라고 말했다.
통신은 고노 외무상이 러시아와의 협상을 앞두고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각료에게 요구되는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야권은 즉시 "외무상 자격이 없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스지모토 기요미(십<于 대신 十이 들어간 迂>元淸美)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국대위원장)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외무상 실격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자세여서 유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와 다퉜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래도 무슨 말은 했었는데 그것보다도 심하다"며 "'밥(ご飯·고항)논법'보다 수준이 낮다"고 비판했다.
밥 논법은 논점을 바꾸며 딴소리를 연발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해명 방식을 비꼬는 표현으로, 올해 일본에서 화제를 모았던 유행어 중 하나다.
고노 외무상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답변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은 그가 지난 10월 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후 기자들 앞에서 한동안 연일 한국에 독설을 쏟아부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당시 하루에도 여러 차례 기자들 앞에 서며 "양국 관계가 매우 험난해질 것",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징용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기 어려울 것", "폭거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 등의 발언으로 한국을 비판했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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