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원대 경선 '친박계의 설욕'…범친박 결집에 나경원 압승
비박계 원내지도부 경계·총선 전략 고려한 듯…'김무성 효과'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김보경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11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김학용 의원을 이긴 것은 당내 범친박계의 표가 결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로 구성된 '나경원·정용기' 팀은 이날 전체 103표 중 3분의 2에 달하는 68표를 얻었지만, '김학용·김종석' 팀은 35표를 얻는 데 그쳤다.
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탈당하지는 않은 '잔류파'로 분류된다.
특히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평생을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했느냐"고 언급하며 당내 친박계 및 잔류파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주력했다.
경선 경쟁자인 비박계·복당파 김학용 의원과 다른 분명한 차별화 전략으로, 범친박계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당내 친박계 인사들의 모임인 우파재건회의 소속 일부 의원들이 나 의원에 대한 공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당초 당 안팎에서는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지만, 나 의원이 압승을 거둔 것은 이번 원내지도부도 비박계에 뺏겨서는 안 된다는 친박계의 경계심이 작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성태 원내대표에 이어 김학용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비박계·복당파가 연달아 지도부를 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내년 2월 말 전당대회에서 갈릴 당권의 향배를 좀처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당대표와 함께 '투톱'인 원내대표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깔렸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원내대표는 2020년 총선까지 임기가 이어질 경우 공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친박계가 이번 경선에서 결집력을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친박 색채가 옅어졌지만, 이번 경선 유권자인 한국당 국회의원 중 적지 않은 수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된 범친박계에 속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총선 국면으로 들어갔을 때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 의원이 원내대표로서 선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전략적 요소'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의 독단적 운영방식에 대한 당내 반발도 같은 계파로 분류되는 김학용 의원에 대한 지지를 망설이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 직전에 이뤄진 양자 토론에서 나 원내대표는 이런 점을 겨냥해 "김 의원은 안타깝게도 특정 계파에서 핵심세력 아니냐"며 "김학용이 하면 '누구의 시즌 2'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나 의원이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용기 의원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삼은 것도 표의 확장성을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 일각에서는 범친박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나 의원의 '중도 통합론'이 비박계·복당파를 저지하면서 친박계가 설욕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으로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까지 하며 김학용 의원에게 힘을 실었으나, 김학용 의원의 표 확장력 제고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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