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혁신과 통합 시험대 오른 나경원 새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4선 나경원 의원이 선출됐다. 여소야대 국회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데 112석 제1야당 한국당의 노선은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나 원내대표의 역할은 막중하다. 특히 보수 정당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로서 리더십 변화에 쏠리는 관심도 크다. 한국당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새 원내대표는 원내전략을 지휘하는 것은 물론 첨예해지는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임무, 그리고 새 대표와 더불어 2020년 총선까지 대여 투쟁을 지휘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어 어깨가 더없이 무겁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몰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 사유화, 위헌적 국정 운영이 결정적이었지만, 뿌리 깊은 당내 계파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도 연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표출된 계파 이기주의와 권력의 독선을 보면서 민심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는 총선 참패를 낳았고, 결국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 패배로 귀결됐다.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후 새 출발의 첫걸음은 뼈를 깎는 성찰,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신, 이에 바탕을 둔 통합이어야 했다.
한국당은 대선 패배 후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비상대책위와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했지만, 혁신은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고 통합도 보수 지지층의 기대에 모자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하는 불명예를 안았음에도 여전히 친박과 비박 또는 복당파라는 계파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그런 대결 구도 틀에서 진행된 것도 그 연장이다. 정치적 과거로 인한 한계가 있겠지만 새 원내대표의 제 1 임무는 계파 종식과 당내 통합이다. 친박 신당론까지 거론되는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이 새 원내대표 리더십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적 통합은 제1야당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본질의 한 면만을 보는 것이다. 어떤 깃발, 어떤 보수 가치를 중심으로 뭉치느냐는 것도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 보수 정당이어야 한다. 수구 보수, 냉전 보수, 기득권 보수의 틀에 가두지 말고 개혁보수, 안보 보수, 복지보수로 변화해야 한다. 대여 투쟁을 이끄는 강력한 야당을 정립하는 것도 책무이지만, 대안 야당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는 임무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경제를 살리고 기업의 활력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한국당의 정당 지지도가 일부 조사에서 25%를 넘어서는 상승세를 보인다. 하지만 당 혁신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정부 여당의 경제정책이 성과를 드러내지 못하면서 비롯된 반사 현상의 측면이 크다. 자칫 정세에 따라 등락하는 지지율의 상승세 국면에 취해 혁신을 소홀히 하는 것은 길게 볼 때 독이 될 수 있다. 국정 농단에 대한 인적 책임없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결의안'이 당내 계파 중진들의 주도로 거론되는 것도 정치공학적 접근이다. 중립성향의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대안 야당, 견제 야당으로서 자리매김하도록 합리적 개혁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당장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현안인 선거제 개편 논의에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고 정치를 복원하는 것도 첫 과제로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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