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롤러코스터 '영욕의 한해'…당선에서 기소까지
전해철 이어 남경필에 낙승하며 '잠룡' 입지 구축…경기도정에 새 바람
'친형 강제입원' 등 기소로 위기직면…법정 다툼서 반전여부 주목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의혹 사건 등에 발목이 잡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도지사 당선으로 명실상부한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한 이 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11일 기소돼 자칫하면 도지사직 유지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그에게 올해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영욕의 한해로 남게 됐다.
이 지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56.4%의 득표율로 35.5%에 그친 남경필 전 지사에게 낙승, 성남시장에서 경기지사로 갈아타며 대권 재도전의 강력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앞서 4월 20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른바 '3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 중 한 명으로 조직력에서 앞선다는 전해철 의원을 23.2% 포인트 격차로 따돌리며 대세론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여세를 몰아 청년배당 등 '성남형 복지'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후분양제 도입' 등 파격적인 정책을 선보이며 도정 운영에 자신감을 보였다.
도의회는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을 차지하며 우군을 자처, 이 지사의 앞날은 탄탄대로로 보였다.
그러나 도지사선거 당내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쟁점이 된 여러 의혹에 대한 경찰 조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며 그의 대선 가도에 암운이 드리웠다.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특위가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 6월 10일 ▲ 성남시장 권한을 남용해 형(고 이재선씨)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한 직권남용 ▲ 방송토론 등에서 강제입원시키려 한 사실과 배우 김부선 씨를 농락한 사실을 부인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이 지사를 고발했다.
같은 달 11일에는 이정렬 변호사가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가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장을 냈다.
이에 더해 8월 8일과 13일에는 자유한국당 성남수정당협의원장과 한 시민이 '대장동 개발 업적과장', '일베 가입 및 검사 사칭'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로 각각 고발해 수사 대상에 추가됐다.
먼저 배우 김부선씨와 관련된 스캔들 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이 지사를 강타했다.
7월 18일 작가 공지영을 시작으로 9월 14일까지 2개월 동안 방송인 김어준, 주진우 기자, 강용석 변호사 등이 차례로 해당 사건의 참고인과 변호인 등으로 경찰에 나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이 지사는 김씨가 밀회를 주장한 당일 알리바이를 근거로 김씨를 고발하고 '특정 신체 큰점'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에서 '셀프 검증'을 받으며 맞대응했다.
와중에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7월 21일 이 지사가 정계 입문 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성남지역 조직폭력배의 변론을 맡는 등 유착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지사는 SBS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1억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여배우 스캔들과 조폭 유착설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자 친형 강제입원 사건 수사가 본격화됐다.
경찰은 지난 10월 12일 관련 이 지사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스마트폰 2대를 압수했다. 지난 7월 2차례에 걸친 분당보건소 등 압수수색에 이어 3번째 영장 집행이었다.
이 지사는 같은 달 29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며 "형님 강제입원은 형수님이 하신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11월 4일 친형 강제입원에 더해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검사 사칭까지 3개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일베 가입 등 3개 사건은 불기소 의견을 달아 넘겼다.
이 지사 사건과 병행한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가 10월 24일과 지난달 2일 2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를 김씨라고 지목하고 기소의견으로 지난달 19일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을 거론, 여권 내에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 지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지난달 24일, 아내 김씨는 수원지검 공안부에서 지난 4일 각각 소환조사를 받았다.
결국 이 지사는 11일 공소시효(13일)를 이틀 앞두고 친형 강제입원, 대장동 개발, 검사 사칭 등 3개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혜경궁 김씨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내 김혜경씨가 이날 불기소 처분돼 한숨 돌리게 됐다.
검찰은 해당 사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고 명예훼손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 지었다.
'소년공 출신 흙수저'의 성공신화를 써온 이 지사가 굴곡진 그의 인생의 축소판이 된 올 한해를 지나 내년부터 본격 진행될 법정 다툼을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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