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에 '경제상황' 반영…인상속도 조절할 듯(종합)

입력 2018-12-11 19:06
최저임금 결정에 '경제상황' 반영…인상속도 조절할 듯(종합)

대통령에 내년도 업무보고…최저임금 결정 기준·구조 개선

한국형 실업부조 2020년 도입…최대 50만명에 6개월간 월 50만원 지원



(세종=연합뉴스) 이영재 김지헌 기자 = 정부가 내년에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구조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 결정의 합리성, 공정성 및 사회적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ILO(국제노동기구) 등 국제 기준을 고려해 결정 기준을 보완하고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비준한 ILO 131호 협약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노동자 생활 보장 외에도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 지급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7월 내년도 최저임금을 작년보다 10.9% 높은 시간당 8천350원으로 의결하자 경기와 고용이 부진한 최근의 경제적 상황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최저임금 결정 기준은 노동자 생계비, 노동 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으로, 경제적 상황은 포함하지 않는다. 다만, 최저임금위 의결 과정에서 경제적 상황에 관한 논의는 이뤄진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내년도 업무보고에 관한 사전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추가할 수 있는 지표로) 물가, 경제성장률, 고용률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 상황은 내년에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경제적 상황을 명시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을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위는 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되는데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이 정부 방침을 따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최저임금위 구성 방식이 ILO 기준에 부합한다며 최저임금위 개편 요구에 부정적이었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선을 국회의 관련법 개정 논의에 따라 진행할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최저임금위가 결정하는 방식 등이 법안으로 제출돼 있다. 위원회 인적 구성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며 "국회 논의가 시작되면 접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양대 노동정책인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일부 제도를 보완하고 현장 안착을 위해 지도·지원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포함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노선버스, 사회복지, 소프트웨어 등 특례 제외 업종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업종별 태스크포스(TF)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2010년 1월부터 노동시간 단축 대상에 들어가는 50∼29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1천개 사업장 대상 실태조사를 하고 컨설팅 등 맞춤형 지원을 하기로 했다.

정부는 고용 창출·유지를 위한 일자리 사업도 확대·강화할 예정이다.

정부가 임금을 지원하는 직접일자리 사업의 경우 올해 36.3%인 취약계층 참여 비율을 내년에는 42.0%로 높이기로 했다.

취약계층 중심의 직접일자리 사업 예산은 올해 3조2천억원에서 내년 3조8천억원으로 증액됐다. 실업소득 지원 예산도 8조원으로, 올해(7조원)보다 늘었다.

자동차와 조선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업종의 고용 안정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선업의 경우 올해 연말까지인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을 채용할 경우 채용 사유와 예산 적정성 등을 사전 심사해 승인을 얻도록 하는 '사전심사제'로 제한함으로써 정규직 고용을 확산하기로 했다. 채용 비리는 블라인드 채용, 현장 점검, 처벌 강화 등을 통해 근절할 방침이다.

고용 안전망 강화 방안으로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한국형 실업부조'를 2020년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형 실업부조의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60% 이하 근로빈곤층과 중위소득 60∼120% 청년층 가운데 구직 의욕과 지원 필요 등을 고려한 20만∼50만명이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한 사람에 대해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실업자의 구직 기간 생계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다.

노동부 관계자는 취약계층 취업 지원 사업인 '취업성공패키지'와 중복될 가능성에 대해 "한국형 실업부조가 도입되면 취업성공패키지와 역할 분담을 새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 행각 등으로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등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징계 등을 규정한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구직자와 기업 정보 등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인공지능(AI)으로 일자리 매칭을 해주는 '일자리 포털'을 개설하는 등 고용서비스도 혁신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이번 업무보고 주제를 '포용적 노동시장, 사람 중심 일자리'로 정했다. 이재갑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2019년에는 포용적 노동시장 구축을 목표로 일자리 기회 확대와 일자리 질 향상에 부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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