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5천 뜯기고도 피의자 됐다" 윤장현 선거법위반 혐의 이유는

입력 2018-12-10 18:43
"4억5천 뜯기고도 피의자 됐다" 윤장현 선거법위반 혐의 이유는

검찰 "사기인 줄 몰랐다고 해도 죄 성립, 사기범과 대향범"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4억5천만원을 뜯긴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피의자 신분(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인 동시에 피의자인 이례적인 지위에 있는 윤 전 시장에 대해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10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사기와 선거법 사건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상상적 경합이란 한 개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사기범 김모(49·여)씨가 권양숙 여사를 사칭하며 윤 전 시장에게 전화로 개인사나 정치 활동에 대한 말을 꺼내 돈을 요구해 받은 행위가 사기와 선거법 위반 범죄에 모두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직접 공천을 주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경선이 다가오고 있다. 전쟁이 시작될 거다', '당 대표에게 말했다. 신경 쓸 것이다', '이번 생신 때 대통령을 뵀는데 말해주겠다'는 등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처럼 현혹했다.

관심사는 실제 권력자에게 금품을 건넨 것이 아니라 사기를 당한 윤 전 시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다.

검찰 관계자는 "(사기당한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죄가 성립한다"며 "공천 개입 등이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실제 능력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와 관련해 돈을 주고받지 말라는 선거법 취지를 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와 윤 전 시장이 공범은 아니지만, 대향범 구조라고 보고 있다.

대향범이란 2인 이상이 서로 마주오는 기관차처럼 대립한 방향의 행위를 하지만 결국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는 범죄로, 수뢰죄나 과거 간통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검찰은 김씨 진술 이외에도 정치나 선거와 관련해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도 조사하고 있다.

지난 9일 압수한 윤 전 시장의 휴대전화도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하고 있다.

윤 전 시장이 정치와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점,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뒤 돈을 돌려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은 공천 대가로 돈이 오간 정황을 뒷받침하는 주요 증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입증되면 윤 전 시장은 피해자로서 동정이나 선처보다는 도덕적 비난이나 법의 심판을 달게 받아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된다.

윤 전 시장은 최근 네팔 의료봉사 활동 중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김씨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를 도와달라는 거짓말을 듣고 "(혼외자 존재 사실에)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간 노무현의 아픔을 안고,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내 이성이 마비됐다. 내가 바보가 됐다"고 자책하기도 해 사기 피해 경위에서 공천 등 정치적 이유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로 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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