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돌 맞은 부산 트리 축제…"콘텐츠 변화 없어 식상"

입력 2018-12-10 11:01
수정 2018-12-10 11:39
10돌 맞은 부산 트리 축제…"콘텐츠 변화 없어 식상"

원도심 부흥 이끌었다는 평가 무색…수년간 예산도 제자리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지난 9일 저녁 부산 크리스마스트리축제가 열린 광복로는 매서운 한파가 무색하게 인파로 가득 찼다.

거리에는 흥겨운 캐럴이 흘러나왔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오색 빛깔 조명 아래서 연방 사진을 찍으며 소중한 추억을 남겼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는 침체한 옛 도심에 사람을 불러 모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산 대표 겨울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트리 문화 축제를 찾은 관람객 반응은 어떨까.

'겨울 부산'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축제로 알려졌지만 정작 광복로를 찾은 관광객은 매년 비슷한 트리 조명과 프로그램에 아쉬워하는 반응이다.

가족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김수명(39) 씨는 "남편과 연애할 때 자주 찾았던 곳이라 자녀와 함께 축제장을 다시 찾았다"며 "매년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매년 트리 축제를 찾는다는 서성용(43) 씨는 "올해 10주년이라 많이 기대했는데 실망했다"며 "갈수록 트리나 조명이 예쁘지 않은 것은 물론 공연이나 이벤트도 줄어드는 것 같아 다른 빛 축제와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며 아쉬워했다.

이처럼 부산 대표 겨울 축제에서 아쉬운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최 측과 지자체는 비슷한 유형 축제가 늘어나 시민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매년 똑같은 예산 때문에 기대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첫 회가 열렸던 2009년만 해도 거리에 조명을 설치한 빛 축제 형태는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전국 어딜 가도 겨울빛축제를 만나볼 수 있다.

매년 콘셉트를 잡아 경관조명을 색다른 분위기로 연출하지만, 트리와 구조물은 해마다 비슷하다.

시민참여 이벤트, 공연 등이 매년 다양해지고 있다고 주최 측은 설명하지만 큰 변화는 느낄 수 없다는 게 시민 반응이다.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중구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한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2009년 시비 5천만원과 십시일반 모은 상인 지원금으로 시작한 축제는 4회를 맞은 2012년 예산 6억원이 들어가는 축제로 거듭났다.

4회 이후 매년 5억5천∼6억5천만원 예산이 유지되고 있다.

1회 300만 명으로 시작했던 방문객 숫자도 2016년 8회 때 900만 명까지 매년 늘어났지만 지난해 800만 명으로 다소 감소했다.

관할 지자체는 사드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매년 반복되는 콘텐츠와 다른 지자체에 유사 축제가 늘어난 영향도 없지 않아 보인다.

변화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10회 축제를 기념해 용두산공원의 상징인 부산타워를 트리 장식으로 꾸민다는 계획도 있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김태곤 광복로 문화포럼 사무국장은 "트리 축제는 상인들이 제안해 만든 축제인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상인 참여도 많이 줄어들었다"며 "추가 예산확보가 어렵다면 주최 측이 준비 시기를 앞당겨서라도 시민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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